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학창 시절에 그런 게 있었다.
이해하려고 말하고, 써보고, 심지어 째려보고 하는데도 아무래도 잘 안 되는 것.
바로 수학 공식.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답답함.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남몰래 속앓이를 했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일단 받아들여서 외우고, 문제를 풀고 적용해
가다 보면 이해가 슬금슬금 따라왔다. 결국 수학에서도 나름의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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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결혼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되었다. 함께 먹고 자고 지지고 볶고 '한통속'이 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연애할 때 많이 싸우면 결혼하고는 안 싸운다는 한 선배의 말을 믿었다. 5년 연애 기간 치열하고 지나 한 싸움을 했기에 결혼 후에는 싸움을 전~혀 안 할 줄 알았다. 근데 선배는 거짓말쟁이로 밝혀졌다. 우리 부부는 더 처절한 싸움을 하게 되었다.
대문자 T(사고형)인 나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다툼은 쉽게 진화되지 못하고, 남은 감정의 마른 가지들은 대형 산불을 일으키곤 했다. 그러나 어쩌랴, 사랑은 하고, 나도 살아야겠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둘이나 태어났어서 뭐든 해결책이 필요했다. 나의 선택은 이해가 아닌 그저 수용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받아들이고 나니 결국 이해가 되고 수용을 받은 아내도 쉬이 감정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옳고 아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름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사실 아내가 맞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수학 공식과 아내는 이해는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나면 그제야 이해가 찾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얼마나 알량한 지식과 자존심으로 판단해 고집부린 순간이 떠오를 때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지금도 다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전 산불에 비하면 나무 한 두 그루 태우는 수준일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