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o Serious?

Part 4. 흘러가는 관계

by 숨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만큼 다치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관계의 시작점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을 참 좋아했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했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울던 순간들이 내 청춘의 전부였다. 전화기를 붙잡고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던 그 시절, 친구는 곧 나의 세상이었다.


청소년기에 우리는 모두 그랬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으며 살았다. 친구란 서로의 거울이었고, 우리는 그 거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는 걸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내게 찾아온 첫 번째 관계의 경계였다.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그 순간은 나의 첫 번째 성장 포인트가 되었다.


위장된 웃음들이 오가는 곳

시간이 흘러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회사라는 공간은 특별했다. 모두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한 겹 숨기고 살아가는 곳.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진심이 아닌 곳.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야 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는 자리에서, 예전엔 늘 웃고 떠들기만 하던 그들이 이제는 이성 문제, 직장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조금은 무거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감정들이 내가 떠안는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두 번째 경계였다.


축하와 부담 사이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결혼.


참 기쁜 날인데, 사람 관계는 또 한 번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청첩장을 전할 때 기쁨보다 부담을 먼저 표현하는 사람, 축하보다 회피와 계산을 말하는 사람들.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며 깨달았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누가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지, 또 누가 표면적인 관계였는지를 환하게 비춰주는 조명 같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드러내지만, 그 진심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의 태도와 계산적인 말들에 현실적인 서운함을 느꼈고, 그 감정은 내가 또 한 번 사람을 '거리 두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좋아하고, 또 다친다.


달라진 일상, 달라진 관계

아이를 낳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예전처럼 편하지 않았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불편하게 들리진 않을까?"


속마음을 조심스레 눌러 담고 그냥 웃기만 하다 돌아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시간의 가치도 달라졌다. 어쩌면 내가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일부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이게 바로 시절인연이었구나."


마음의 문을 닫는 용기

오래 알았다고 해서 마음을 끝까지 써야 할 이유는 없고, 최근 만났다고 해서 함부로 선을 긋는 것도 이젠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관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기보호다.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


나는 조용히 그 단톡방을 나왔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관계는 정리도 선택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집에 돌아와 남편과 아이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 잘 다녀왔어."


별거 없다.

그 말 한마디에, 오늘 하루의 정리가 끝났다.


가족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나는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가장 편안한 관계 속에서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이제야 알겠다.


마음의 지도를 다시 그리며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이제 마음을 지키는 법도 배우는 중이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배려라는 것을, 모든 관계가 영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연결은 깊이에서 온다는 것을.


관계의 품질은 양보다 질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이제야 몸으로 이해한다. 많은 사람들과 얕게 연결되어 있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편이 마음은 더 충만해진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내가 배운 관계의 진실:

모든 만남에는 때가 있다

헤어짐도 성장의 일부다

마음을 주는 만큼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

진심이 통하는 소수의 관계가 인생을 빛낸다


그래서 이제는 묻고 싶다.

"Why so serious?"


조커가 광기 속에서 던진 이 질문은 역설적으로 내게 위로가 된다. 인생의 모든 관계에 너무 심각하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만남과 이별, 그 사이의 상처와 성장. 그저 삶이라는 흐름 속 자연스러운 일부일 뿐.

때로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내는 것도, 마음의 문을 닫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어차피 모든 관계는 흘러간다.

그렇다면, why so s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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