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다 보면 도착하는 이름 모를 장소. 북적이는 사람들 속 나만이 없는 밝은 분위기와 여유. 도태되는 감정 속에서도 북받치는 단 하나의 욕심. 나는 왜 그토록 그곳을 그리워하는가.
가본 적 없기에 가기를 희망하고, 얻지 못했기에 누리고자 하는 것. 입안에 넣어보지 못했기에 한 입 가득 베어 물고자 하는 욕망. 왜 우리는 느끼지 못한 부분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에 휩싸이는가. 사로잡히는가.
바람이 몹시도 매서운 날. 가방을 메었다. 넘칠 것 같던 것들은 꾸역꾸역 담고자 하는 노력과 인내로 터질 것 같은 주둥이를 다물었다. 힘겹게 고이 담은 그것들은 그대로 내 어깨를 짓눌러 금방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무거움은 내가 바람에 휩쓸려 넘어지거나, 비탈길로 빠지지 않게 해 주었다. 노력과 인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도 위에서도 아름다움은 반짝인다. 놓칠 것 같은 불빛은 한 폭의 그림처럼 더욱 밝게 빛났다. 담기지 않을 것 같던 야경은 내 핸드폰 속 절대 꺼지지 않을 영상이 되었다. 무언가를 힘겹게 담아 본 기억은 비슷한 상황을 수월하게 해 주었다.
서울. 맨 정신이 아니었을 때의 기억이 더 뚜렷한 참으로 모순적인 도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여유로움이 보이는 것은 역시 모순적이기 때문일까. 어지러운 그곳에서 인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만, 고생 끝에 얻은 한 모금이 가장 달콤한 법이겠지.
나는 그 누구보다 여유로운 곳에서 처음 세상과 마주했다. 처음 가치라는 것을 배웠고, 친구라는 것을 사귀게 되었으며, 목적이 명확해졌다. 가장 여유로운 곳을 떠나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곳에서 저들처럼 여유롭게 사는 것. 아아, 모순적인 말들 투성이구나.
지도에 없는 곳이 지도에 새겨지고, 말을 아끼던 입에서 많은 말들이 쏟아질 때, 비로소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 것이다. 내가 바란 누군가가 내가 되고, 그러한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또 내가 되겠지. 그렇다면 과연 여유는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아아, 진정한 모순은 이러한 것이구나.
내 가방의 입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내 어깨가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나는 어려운 길을 걸을 것이다. 지도에 없는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설 것임이 분명하다. 내가 바라왔던 누군가가 내가 되는 날, 나 역시도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지도에 절대 꺼지지 않을 영상이 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