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수치화할 수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이지 않는 애정의 크기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할 수 있으나, 필자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숫자로 이를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례적으로 사랑의 크기를 지례짐작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의 수치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네가 나를 얼마큼 사랑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난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널 사랑해."라는 표현의 이에 대한 대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며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고, 들어봤을 법한 문장들. 이러한 문장 속에서 누군가는 서운하고 쓰라린 감정을 느끼며, 누군가는 만족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애정하는 것. 인간으로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겪는 감정들이지만, 이 감정은 참으로 위험하다.
이 글을 읽는 그대들은 어떤 사랑을 해보았는가? 또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잠시 빌려보자면, 그는 자신이 쏟은 사랑과 애정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은 보상 심리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내가 이만큼 주었기에 너도 어느 정도의 사랑은 내게 주어야 해."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에 조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에 대한 증거이다. 마음이 시키는 것, 즉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가 갖게 되는 마음 한 구석의 일렁임이 사랑이다. 그렇기에 부수적 조건이 붙어 사랑이 생길 수도 없는 노릇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사랑과 애정을 받지 못한 그는 하루하루 피폐해져 갔다. 외로움에 사무쳐 괴로움에 발버둥 쳤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정했고, 그 결과는 자신에 대한 박탈감과 절망,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는 그렇게 사랑에 대한 증오를 품고 애정을 미워하는 동시에 갈구했다. 자신의 애정을 알아주지 않고, 외면하는 그녀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으려 했다. 그의 안에서 생기는 내적 갈등과 자기혐오는 덧 없이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내게 말했다. "네가 누군가를 사랑한 순간, 약간이라도 사랑받았다고 느꼈다면, 그게 사랑 아니겠냐. 내가 사랑받고자 사랑한 것이 아니기에 후회는 없다. 그러니 너도 한 번 사랑을 시작하면 끝까지 가봐라. 후회 없는 사랑을 해라."
안쓰러웠다. 그 당시 나는 그가 꽤나 미련해 보였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기에 자신을 합리화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아픔을 덮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이제는 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한 남자를, 그의 감정을 내가 어떠한 자격과 권리가 있다고 측은해하며 안타깝게 여길 수가 있는가. 그는 멋있게 사랑했으며, 뜨겁게 사랑했고, 후회 없이 사랑했다. 그렇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가 품은 애정의 감정이 일방향이 아니었다면, 그는 더욱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방향적 사랑을 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사실, 다소 약한 필자는 그처럼 당당하게 사랑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것이라 느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는 것이 정말 죽도록 싫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끼거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불안해했던 경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감정의 촉발은 사람을 좋아하나 믿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의심먼저 하게 되는 나쁜 습관을 형성해 주었다. 그러나, 그의 후회 없는 사랑의 전말은 한 번쯤 진지하게 누군가를 사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물론, 그처럼 일방향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면,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로움에 사무쳐 고독에서 울부짖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는 나도 누군가를 후회 없이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그 사람이 나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후회 없는 결말. 이 박자들이 얼마나 맞아떨어질 것이며, 나도 그처럼 상처 입고 괴로워도 누군가를 사랑한 나 자신의 모습에 당당할 수 있는가?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 그가 말한 후회 없는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과 결말. 언젠가는 나도 그처럼 누군가를 한 없이 사랑하며 애정할 것이다. 미래에 내가 사랑할 그녀에게 간략하게 한 마디만 전하고자 한다.
"후회 없이 사랑해보고자 한다. 너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애정할 것이다. 네가 나에게 마음을 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너라는 사람을 후회 없이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거라. 너를 사랑했던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사랑했던 너를 너 스스로가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랑해 주거라. 나의 후회 없는 사랑은 너와 나를 모두 사랑해 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