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 Flexibility
상흔 위에 덮인 쾌활함과 낭만을 좋아한다. 버석버석한 날들이 지나면, 그 다음에는 치열하게 다른 이들을 헤아려보려는 힘과 유연함을 사랑한다.
폴란드 여행을 결심한 것도, 영화 <나는 부정한다>와 <비밀의 언덕>을 사랑하는 것도, 최진영과 최은영 작가의 글 속 인물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도, 돌봄정치를 연구하는 이유도 모두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두 가지와 그 맥을 같이한다.
현대무용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비유가 '고양이 꼬리와 같은 자세'다. 아주 유연하되 강한 힘으로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는 꼬리처럼 몸을 세우고 고개를 들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신다. 내게 광범위의 예술은 대체로 그런 고양이 꼬리같은 양심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준다. 꼿꼿하지만 동시에 유연한 기세가 있는 마음의 중심. 어떤 죽음을 향해 가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매번 다르게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장 잘하고 싶은 연구가 위치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을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며 지낸다. 잊지 않고 싶은 것은 추억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찾아들면 뱉어내고 사라지면 그만인 상태로, 하지 않을 것들의 범위를 조금씩만 넓히면서, 그렇게 살아보자. 이왕 태어났으니 살아보자. 괴로운 마음은 내일의 해가 뜨면 같이 넘겨버리자.
마음에 찾아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김 없이 적었던 지난 1년도 그랬다. 어디든 잠시 다녀온 마음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누군가가 살고 있을 하루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