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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엄마

우리 엄마 도와주세요. 하늘 만큼 높아져서 보이지 않아요.

by 한은혜 Mar 20. 2025

다섯살난 분이 엄마는 매일 아침 분이를 옆집에 맡기고 일하러 갔다. 그런데 아침마다 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엄마는 힘든 사투를 벌렸어야 했다.


오늘도 분이 엄마는 분이를 옆집에 맡겨 두고 일을 나갔다. 겨우 빠져 나왔는데 분이가 왕왕 울면서 쫓아오고 있다. 그 쪼고만 분이는 어찌나 잘 뛰는지. 그래도 넘어질까바 엄마는 가던길을 멈췄다.


"분이야. 엄마 일 빨리 끝내고 올테니까 잘 놀고있어 알았지?"


"아니야, 싫어 싫어. 엄마랑 같이 갈거야."


"분이야. 엄마 말 들어야지? 얼른 돌아가."  


그리고 엄마는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골목길을 벗어나니 보이지 않았다.


분이는 또다시 왕왕 울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지나 따라 갔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 코스모스 꽃 숲에 숨기로 했다. 한창 열심히 꿀을 모으던 벌이 갑자기 나타난 분이 엄마에 놀라 침을 쏘고야 말았다. 벌에 쏘여 고통이 오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설음이 차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조금씩 몸이 이상해졌다. 꼬구리고 앉았던 다리가 강제로 일어서졌고 하늘로 조금씩 가까워 지고 있었다. 흐르는 눈물은 멈추려고 해도 좀처럼 멈춰지지가 않았다.


분이는 코스모스 밭 뒤에 서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에게로 갔으나 엄마의 손이 닿지 않았다. 엄마를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사리 같은 손이 꽉 안을 수 있는건 엄마의 다리 뿐이었고 그 위로 엄마의 눈물이 흘러 내려왔다.


분이는 마을에서 제일 나이 많은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 우리 엄마 도와 주세요. 움직이지 않아요. 하늘 만큼 높아져서 보이지가 않아요."


할머니는 흰쌀밥 한그릇과 물 한그릇을 주면서 엄마 앞에 차려 놓고 절을 올려 보라고 한다.


쌀밥과 물을 엄마 앞에 놓고 분이는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한번, 두번, 세번 ... 아무리 해도 엄마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계속 하늘로 올라가기만 한다.


이번에는 마을에서 가장 키가 큰 아저씨를 찾아간다.


"우리 엄마 도와 주세요. 하늘 만큼 높아져서 보이지 않아요."


아저씨는 분이를 업고 엄마에게 왔다. 아저씨의 목에 매달려 엄마에게로 손을 뻗어 보지만 계속 계속 커지는 엄마의 손 끝조차 만질수 없었다.


아저씨의 목에서 내려와 분이는 또 왕왕 울기 시작했다.


이때 근처에 있던 벌나라  여왕벌이 너무 시끄러워 일벌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호위 부대 벌들이 울고 있는 분이를 데려온다.


"너는 왜 우는게냐?"


"나는 아침에 일나가는 엄마와 떨어지 싫어서 따라가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보이던 엄마가 코스모스 밭에서 일어나더니 하늘 만큼 커지고 불러도 대답이 없고 움직이지 않아 울고 있었습니다. "


그러더니 또 왕왕 울기 시작했다.


"이 일에 대해 아는 이가 있느냐?"


"사실 낮에 사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인간이 들이 닥쳐서 놀란 저희 동료 하나가 침을 쏘고 희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간이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 하늘 만큼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


분이는 엄마를 도와 달라며 왕왕 울었다. 이 딱한 사정을 들은 여왕벌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가 끝난 후 가장 귀한 꿀을 꺼내며 말했다.


"너는 이제 울음을 그치고 우리 부하들과 같이 엄마에게로 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이 꿀을 먹게 하거라."


"그럼 우리 엄마가 돌아오나요?"


"믿고 가거라"


 수많은 벌들이 여왕벌의 명령에 따라 황금 날개 의자를 만들어 분이을 태우고 엄마에게 데려갔다. 엄마는 아직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분이는 여왕벌의 말대로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여왕벌이 준 귀한 꿀을 엄마에게 떠먹여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 폭 안겼다.


마법처럼 원래 엄마로 돌아왔고 엄마는 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분이 엄마는 매일 분이를 업고 일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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