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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Jun 13. 2023

약처럼 먹는 요가와 근력 운동

병원비 비싼 미국에서 운동은 필수

지난해 10월에 운동을 시작했다.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요가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는데, 오픈 행사 가격이 한 달에 77달러로 저렴하길래 등록을 했다. 현직 발레리나로 활동 중이신 선생님께서 운영하는 곳으로, 요가와 더불어 발레리나 바를 이용해서 근력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에 흥미가 갔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물론 근력 단련이 가장 큰 목적이었고, 집콕에서 벗어나기, 아프지 않기, 살찌기, 골다공증 예방하기, 하루 일상에 루틴 하나 추가하기, 요가 스튜디오까지 걸어 다니면서 햇볕 쬐기와 먼 곳 바라보며 눈 휴식하기, 친분 만들기 등등의 운동의 부수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삼 년 가량 동네 태권도장에서 열리서 요가 수업에 다녔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요가였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꾸준히 몸을 움직였더니 건강 상태가 호전되었다. 게으른 내가 삼 년 간 꾸준히 운동하러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함께 운동을 다녔던 동네 엄마들! 정말 운동 가기 싫은 날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같이 가자고 전화를 꼭 해오는 엄마들이 있었기에,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나는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삼 년 가량 집순이로 살다가 보니 처음에는 경각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 단계가 지나자, 집순이의 삶에 완전히 적응해 버렸다. 집 밖을 벗어나야겠다는 의욕이 사라졌다.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작은 집 안에서 별 움직임 없이 지내다 보니 몸이 굳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늘 가까운 곳만 주시하며 지내다 보니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그래서 지난여름 한국 방문에서 돌아온 후, 불끈 솟아난 의욕을 부여잡고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삼 년 가량 굳어진 몸으로 지내서였는지, 운동하면서 부상을 자주 입었다. 딱히 뭘 격렬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다리 뒤로 올려 차기 하다가, 허벅지에 급성 경련이 오기도 했고, 스키 타는 자세로 옆으로 뜀뛰기를 하다가 새끼발가락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새끼발가락은 통증이 오래가서 두 달 이상 고생을 했다. 아령을 무리하게 들었는지 목이 아픈 적도 있었고, 지금은 뭘 잘 못 잡았는지 손가락이 아프다. 무릎 뒤쪽 근육도 아픈지 삼 주 가량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3회 운동을 가려고 노력한다. 단, 최대한 몸 쓰기에 조심을 하고 있다.


운동 시작 후 몸무게가 3kg가량 증가했다. 거울을 아무리 봐도, 이게 나잇살인지, 근육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데, 어쨌거나 저체중인 내게는 가장 큰 수확이다. 발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걸어서 운동하러 가는 계획에는 몇 달 차질이 생겼지만, 요즘은 다시 걸어서 운동을 다니고 있다. 잠시 햇볕 아래에서 생각에 잠겨 걷는 시간을 가져서 좋다. 사람들이 운동을 왜 좋아하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45분가량 선생님을 따라서 미친 듯이 운동을 하고 나면, 활력이 돋는 게 느껴진다. 운동하러 갈 때만 해도 피곤해서 몸이 무겁더니, 운동 후에는 몸이 아주 가뿐해진다. 근력이 좀 생겼는지, 힘들었던 동작들이 덜 힘들다. 그러니, 꾸준히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여덟 달가량 운동을 다니면서 아직 회원들과 친분을 쌓지는 못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운동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 '하이'라고 인사를 나누지만, 회원들의 대화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아서, 왁자지껄한 대화를 들며 혼자 조용히 스트레칭을 한다. 한국에서의 요가팀 멤버들이 무척 그리운 시간들이다. 우리 아파트 엄마들, 나를 무척 예뻐해 주셨던 정형외과 구내식당 이모,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결석 한번 없으셨던 독수리 오 형제 할머니들, 그 외 여러 분들....... 요가가 끝나면 빙 둘러앉아서 나누었던 십 분 티 타임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여전히 가기 싫은 마음 부여잡고 숙제처럼 운동을 가고 있지만, 가서 외로울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운동! 눈에 띄는 체형의 변화를 원한다면 매일 가야겠지만, 일단은 주 3회 운동을 목표로 꾸준히 달려 본다. 덩치 좋은 미국인들 사이에 끼여있는 작은 키의 말라깽이 외국인이 나를 전면 거울에서 발견하면 가끔 웃길 때가 있다. 모난 흑점처럼 박혀 있지만, 오늘도 어깨 펴고 당당하게! 팔다리 쭉쭉 펴며, 아자! 나는야 발레리나, 머릿속에서는 이미 몸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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