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연지한

충분히 나선 길은

봄을 흠뻑 머금은 회색 하늘


아이도 어른도 미소 짓는

튤립의 계절에 봄은 머리를 들이민다


두꺼운 지하철 내부의 인형솜들

저마다 푹 숙인 고개에 봄은 예찬된다


불쾌한 계절

즐거운 겨울을 밀어내고

한 계절의 죽음 위에서 천진한 춤을 춘다


충분히 걸어간 길 위

겨울의 마음으로 그림자 진

모퉁이에 서서 찰나의 흔적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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