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1일 월요일
요 며칠 친구들에 대한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 내 곁에 친구들은 없는 것 같았다. 친구와 싸운 이후로 친구의 말이, 그때의 상황이 계속 떠올랐는데 이제는 아무 이유 없이 내게 전화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친구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친구가 없어진 건지 생각하다가 나의 행동들 때문이고 결국은 나의 모든 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나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고 문제이며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라고.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들은 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같이 있는 게 힘들다고 얘기할 거라고.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남자친구도, 가족들도 속으로는 나를 감당하기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기 위해선 내가 바뀌어야 해, 녹슨 기계의 부품들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곁에 있으려면 불안정한 나의 모습들은 다 바뀌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나의 존재가 문제가 되어버렸다. 나의 모든 게 단점이었고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눈치 보였다. 이 행동을 해도 될까? 사람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그렇게 일주일을 괴로워한 것 같은데 갑자기 정말 나의 모든 걸 좋다, 나쁘다, 힘들다 하고 판단하는 게 그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도 내게 그런 모습을 지금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나의 생각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남의 눈을 빌려 내가 나를 판단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남이 그렇게 나를 생각할 거라고 보았는지 알만도 하다. 친구의 속마음을 듣고 나서 다들 나에 대한 평가를 하나씩 하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안 좋은 평가겠구나, 이런 생각이 머리에 박힌 것 같다. 이제 와서 보자면 이게 트라우마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라우마라는 게 별 거 아니구나. 어쨌든 내가 남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는 확실히 있었다.
나는 좀 불쌍한 사람이다.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다. 모두 하나씩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그 단점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래서 안 될 거고 저래서 안돼, 나는 내성적이니까 나를 안 좋아할 거고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니까 나랑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이 없을 거야. 이렇게 쓰는 것만으로도 모든 기운이 빠지는데 마음속에 계속 들고 있으면서 살아가는 건 얼마다 힘든 일일까. 내가 이걸 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만으로도 이만큼 살아온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