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의 비밀

by 쵸코 아빠

사라져 가는 생명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 건네는 경고의 시작이다.


어릴 적 큰아버지는 충청도 온양에서 뱀장어 양식장을 하셨다. 방학이면 아버지를 따라 며칠씩 그곳에 머물곤 했는데, 아침마다 물 위로 올라와 진흙 같은 사료를 다투어 먹던 치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살아 있으려는 힘이 가득했는데, 지금 그 장어들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 시절엔 치어를 수매해 온양의 온천물로 키우다가 겨울이 오기 전 대만으로 팔았다. 십여 년 전까지는 전라도 영광에서 치어를 성어로 키워 국내 시장에 내다 팔곤 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개체 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검지손가락만 한 치어 한 마리에 1,500원, 2,000원씩 치솟았고, 폐사율도 높아 결국 양식업을 접어야 했다.


장어의 생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연어가 바다에서 자라 민물로 올라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면, 장어는 그 반대다. 민물에서 성장하다가 필리핀 심연 해구로 나가 알을 낳는다. 하지만 아직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양식은 치어로 시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연 개체 수 감소와 맞닿아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뱀장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국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동북아 여러 나라들 또한 보존을 위해 협력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우리가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위기는 장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봄철 꽃밭에서 윙윙거리던 꿀벌도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줄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수분 활동이 멈추고, 농작물은 물론 지구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김영호 작가는 『꿀벌이 멸종할까 봐』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3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인간이 뿌린 화학물질이 결국 자신을 해친다고 말했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자연이 허락한 공간 속에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장어와 꿀벌, 그리고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생명들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우리가 오만하게 굴어도 괜찮을까.


자연은 언제까지 우리에게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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