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대학 진학으로 대전으로 이사 온 후, 낯선 도시와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우리 가족에게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지방 발령 한 번 받아본 적도 없고, 친척들 또한 모두 서울에 살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시였다. 가족 모두에게 낯설고 달가운 변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어울릴 시기에 딸아이는 적적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딸아이는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다고 간절히 말했다. 가족 모두 처음에는 망설였다. 행복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돌본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마음을 모아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다.
대전시 보호센터 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쵸코는 구조 당시의 흔적이 역력했다. 엉킨 털, 영양 부족으로 부쩍 마른 몸, 발톱이 빠져 힘없이 걷던 다리, 다른 개에게 물린 상처까지. 얼굴을 바닥에 찧는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보호소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여전히 생명의 힘은 살아 있었다. 그 순간, 생명은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놀라운 회복력을 지니고 있는지 깨달았다.
쵸코는 집에 온 첫날부터 낯설어하지 않았다. 힘없던 다리에도 조금씩 근력이 붙고, 산책길에서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마음을 열었다. 이전에는 다른 개를 피하던 쵸코가 이제는 먼저 다가가 냄새를 맡으려 한다. 사랑받는 생명은 스스로 당당해진다는 말이, 쵸코를 통해 현실이 되었다.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쵸코는 우리 가족이었고, 우리 또한 쵸코에게 가족이었다. 생명을 지킨다는 것은 정성을 다하는 일이었다. 아플 때도, 사고를 칠 때도, 때로는 성가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함께 키워낸 것이다. 우리는 쵸코에게서 생명의 소중함과 힘을 배웠다. 작은 존재 하나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과 책임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결국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도.
뉴스에서 동물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이 무너진다. 동물을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결국 인간에게도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 신이 우리를 하찮게 여기신다면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공자가 말하기를 “仁者는 생명을 사랑한다.” 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크든 작든, 숨 쉬는 존재라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고통받을 수 있는 존재라면 그 고통은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사랑이 생명을 지키고, 생명이 사랑으로 우리를 키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에게 힘이 된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힘이며, 그 소중함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지켜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