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내 가까이 있는 것들

by 쵸코 아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만큼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 결혼식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동창의 아들, 사촌누나의 막내, 직장 선배의 큰딸까지 결혼 소식이 이어진다. 강남의 예식장에는 친지와 동료, 선후배들이 모여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안부를 나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웃으며 과거를 떠올리고,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중창단의 축가가 울려 퍼지며 예식이 시작된다. 신랑이 단정한 발걸음으로 입장하고, 이어 신부가 아버지의 팔에 기대어 천천히 걸어온다. 단상 앞에 자리한 신랑과 신부는 앞으로의 삶을 약속하는 다짐문을 직접 읽어 내려간다. 요즘 결혼식에는 주례사가 없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에게 전하는 약속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우리의 결혼식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목사님의 주례사를 통해 부부로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배웠고, 큰 소리로 “그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시절의 맹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었고, 지금의 맹세는 스스로의 언어로 책임을 말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결혼식이라는 장면은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비슷한 해답에 닿는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함께하는 것.”


세상의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들 한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존중되는 시대, 공동체의 의미가 약해지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럴수록 결혼식장에서 들려오는 약속의 말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사람들이 서로의 미래를 축복하기 위해 모인다는 사실은, 인간이 인간에게 건네는 약속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칸트의 묘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내 위에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은 언제나 나를 경외와 존경으로 가득 채운다.”

하늘이 부여한 질서와 인간 내면의 양심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일깨워 주는 말이다.


동양의 ‘중용’ 또한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시대가 변하면 도덕을 실천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근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윤리는 상황에 따라 모양이 달라질 수 있어도 결국 지향해야 할 방향은 흔들리지 않는다.


돌아보면 한때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지금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노예를 도구처럼 대하던 시대가 있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러한 사고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인권과 평등, 동물복지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다. 윤리는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고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과학이 발전하며 더 먼 우주의 별을 발견하고, 더 깊은 바다를 탐험하게 된 것처럼 인간의 도덕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영역을 바라보고, 고려하지 않았던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리는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자라 가고 있다.


그래서 결혼식장에서 마주하는 한 쌍의 약속이 더욱 의미 있다. 그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여전히 서로에게 기대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이 인간에게 건네는 약속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성숙하고, 더 책임 있는 약속이 되어 간다.


결혼식이 많은 이 계절, 나는 다시 한번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와 약속을 생각하게 된다.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며 우리가 서로를 믿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근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