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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주 Jul 15. 2024

가마니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의 미학을 즐기는 호호할머니

먼 훗날 어떤 노년기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무언가 움직이려 애쓰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음 가만히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가만히 있는 것의 힘을 아는 할머니 말이다.


현재 나의 상태를 살펴보고 잠시 멈춰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것. 그리고 느낀 대로 따라가 보고 움직여보는 것. 한 번 꿈틀대볼까? 사부작 거려보는 것.

그러다 가만히 있고 싶으면 다시 가만히 있는 할머니.


가만히 앉아 집 밖의 텃밭과 나무를 바라보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맡아지는 나무 향을 눈을 질끈 감고 집중해서 느껴보는 것.

어느덧 변하고 있는 계절감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채보는 것.


그러다 집 앞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그저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것.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각기 다른 형태, 표정,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 그러다 ‘호호 그땐 그랬지’ 싶어 슬며시 웃거나 그윽하게 눈물짓는 것.


가만히 앉아 좋아하는 커피와 차를 내려 마시며 고양이가 낮잠 자는 것을 가만히 구경하는 것. 그리고 쓰다듬어주면서 고양이와 무언의 교감을 하는 것.


그러다 조금 심심하다 싶음 어슬렁 걸어가 마을회관 평상에 가만히 앉아본다. 누군가 올지도 모르니 같이 나눠 먹을 과일이나 과자들을 펼쳐놓고서.


그러다 동네 할매 할배 몇몇이 모이면 언제 가만히 있었냐는 듯이 이야기 꽃을 왕성하게 피어보는 것.

각자 가져온 소탈한 먹거리들을 나눠 먹으며 하하호호 웃고 있는 지금에 집중해 보는 것.


그리고 집에 돌아와 먹고 싶은 것이 있음 식사 준비를 하고 남편과 도란도란 저녁 식사를 하는 것.

남편과 손을 잡고 저녁 산책을 하거나 테레비를 보면서 서로 안마를 해주는데 긴 말이 오가지 않아도 서로의 온기를 오롯이 느끼며 오늘 하루도 이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함을 가지는 것.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한 번 꿈틀 대볼까?’ 싶을 때 자연스레 생각에

대한 진심이 묻어날 수 있게 행동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보며 느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가득한, 그 여유가 흘러넘쳐서 내 가족, 주변 사람들까지 챙길 수 있는 가만히 호호할머니가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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