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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Jun 28.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좋아

사람들이 슬픈 일 덜 겪고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어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주고 싶으신가요?



난 사람이 좋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을 때 유대감이 좋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공통점을 찾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좋다.

차이점이 느껴지더라도 '이런 면은 나에게 없는 면이네. 정말 배울 점이다.'라고 배우고 모방하기도 하면서 기존에 갖춰있던 내 모습이 더욱 다듬어지고 세밀해지는 것, 그렇게 되면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수용할 줄 알게 된다. 사람이란 입체적인 존재인 것을 알게 되고, 보이는 면으로만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되는 지혜가 길러진다. 나 또한 입체적인 사람이기에 나의 좋은 면과 숨기고 싶은 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내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지금의 내 모습을 있게끔 해준 건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과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결국 난 사람들에게 수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언젠가 세계적인 철학가 찰스핸디의 인터뷰를 봤다.

어느덧 90대의 연세로 삶의 끝자락에 있는 찰스핸디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 중 울림이 느껴진 구절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친구이다."


인생에서 예상했던 예상치 못했던 굴곡을 겪을 때 "걱정하지 마. 괜찮아질 거야. 우리 같이 웃자."라고 격려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고 '양방향'이다.


그러니 내가 마주한 인생의 불행이나 행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고, 나 또한 그에 합당한 관심과 염려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로 '기대치의 균형'이 이룰 때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막연히 사람이 좋아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었지만 인류애가 상실되어 사람이란 개체가 밉고, 지긋지긋해졌던 적이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을 만나서 놀아도 그다지 즐겁지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체내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한 번에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 무력감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삶을 돌아보면서 '사람에 진심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소진을 밀도 있게 느낄 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나에게 찾아온 대상자 한 명 한 명이 옳은 선택을 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도와줄 테니 그냥 잘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서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 굉장한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참.. 사람과 그 인생을 내 마음대로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겠는가. 내 인생을 컨트롤하는 방법도 잘 모르면서.


이젠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내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체크하고 그들의 고민거리가 섞인 목소리를 들어주려고 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니 곁에 치열하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먼저 보였고 챙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맙게도 나의 마음을 알아준 사람들은 내 곁에 진득하게 머물러 그 마음을 나에게 어떤 방법으로 던 돌려주려고 하더라. 그 역동을 불현듯 느끼면 멍 해진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벅차오를 정도 따스해진다.


그래. 이래서 난 사람을 좋아했어.

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이 있어도 결국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어.

사람에 상처받아도 결국 사람이 치유해 준다.


난 사람이 좋아서 그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힘들어하면 곁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누군가에겐 내가 찰나의 인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먼지만큼이라도 치유를 줄 수 있는 따스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 결국, 난 사람이 좋다.



우리 고양이 너도 참 많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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