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주간의 도쿄 여행에서 진하게 느꼈던 감정
도시 vs 자연
어떤 환경이 더욱 끌리신가요?
최근 친구가 일본 도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 아 이건 기회다.’ 싶었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을 다니게 된다면 하지 못할 것들은 지금 충분히 즐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직장에 발이 묶여버리면 선택의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도쿄 여행이 아닌 도쿄 살이를 2주간 경험해 보자고 결심했다.
사실 대학생 시절 도쿄 여행을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왔었으나 장기간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여행은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한 번 결심하면 뒤를 돌아보더라도 앞만 보며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성격이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예산은 대략적으로만 설정해 두고 필요한 준비들을 하던 중 엄마가 말했다.
“너 한국 얼른 오고 싶어 할걸?”
“아니거든~! 안 돌아올 수도 있을 걸~ㅎㅎ“
그렇게 엄마의 경고성 멘트를 흘려듣고 야심 차게 도쿄 2주 여행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약 4일 만에 한국에 대한 향수병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 너무 돌아가고 싶었다.
도쿄의 중심부 중 하나인 신주쿠의 어느 야끼토리 집에서 술을 마시며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나 한국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어. 나 자신을 너무 간과한 거 같아. “
“어, 너 그럴 줄 알았어. “
정확히 말하면 우리 동네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 동네는 도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푸릇푸릇함에 둘러싸여 있는 신도시여서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고 한산한 동네이다. 해가 저물면 하도 사람들이 안 다니니 ‘영화 세트장’ 같은 동네이면서 서늘한 날엔 ‘유령도시’ 같은 동네이기도 하다.
약속이라도 있을 때면 서울로 외출을 하는데 기본 편도 환승 3번을 하고, 교통편 배차 간격은 기본 30분 이상 걸리며, 줄곧 1시간 30분 이상은 나가야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는 번거로운 동네이다.
남동생은 도시적인 남자라 풀떼기가 많은 이 동네를 지긋지긋하게 여긴다.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 “너넨 내 배에서 태어났는데 왜 이렇게 다른 거니 ‘ 라 말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밖순이인 탓에 외출을 자주 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선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데 동네로 오게 되면 ‘아, 살 것 같다.’라고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게 된다. 그럴 때면 숲세권의 상쾌한 풀 냄새, 꽃 냄새, 계절 냄새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 계절감을 눈치채곤 한다. ‘ 아 이제 여름이구나. 밤공기가 제법 여름 냄새가 나네 ‘.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타지에 있으니 익숙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이 또한 맞겠다.
오히려 낯선 타지의 ‘도심지’에 있으니 더욱 우리 동네가 그리운 것 같다.
내 곁에 있는 게 당연했던 모든 것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집의 뒷산, 자연의 푸릇함, 부엌 너머 뒷산을 배경으로 저무는 노을, 자연의 향, 색감,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 그 좋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곁에 있어준 우리 가족. 무엇보다 우리 고양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고작 도쿄에 온 지 4일째 느꼈던 것들이다. 누가 보면 한 4년 해외 생활을 한 것이라 오해할 법도 하다.ㅎㅎ
이로써 나의 취향을 한 가지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아갈 터전에 자연은 항상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이 주는 행복감이 큰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연을 오감으로 흠뻑 만끽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싶다. 자연이 주는 안온한 위로를 상시 느낄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느슨하게 살아가야겠다.
아, 한국 가고 싶다. 우리 동네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