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을이구나

2020년에 느꼈던 문득 가을과 지금

by 채기늘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아~난 나무 타는 냄새 좋아"하니

신랑이 옆에서,

"더 태울까 ?" 한다.


이 상황만 들으면

부부가 캠핑 중 모닥불 피우며 주고받는

대화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먹고 남은 핫도그 나무 막대기 태우며 나눈 대화이다.

현실이야 어떻든,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이효석 <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책이 생각났다.

중학교 때인가 국어 교과서에 이 작품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수필에 대해 배우는 단원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을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긁어 모아 태우는 얘기가 하나도 재미없고

'대체 수필은 왜 쓰는 거야?' 했다.

그냥 '낙엽 태우면서 불장난하니까 재미는 있겠네' 했다.

허나 그렇게 재미없던 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책이, 가을만 되면 생각난다.

낙엽을 태워 본 적도 없으면서, 그 냄새와 소리를 떠올린다.

기억된 게 있어야 떠올릴 텐데 기억도 없으면서 떠오른다.

재미없다 말하면서 실상은 재미있게 읽었었나?

아님' 이런 재미없는 책이 다 있어?'라고 생각하며 읽어서 기억에 남았을까?

어디서 들은 건지, 잘 못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낙엽을 태우면서>가 1938년 출간 작품임에도

힘들고 암울했던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대의 문제의식 없이,

한가로이 낙엽을 태우며 든 생각들을 썼다 하여

교과서 수록 얼마 후 교과서에서 빠졌다고 들은 것도 같다.

아닐 수도 있음 주의~~

어쨌든 낙엽을 태우며 센티멘탈해지기

딱 좋은 계절에,


핫도그 막대기 태우며

<낙엽을 태우면서>가 생각났고,


냄새를 맡으며


문득! 아! 가을이구나 하

생각이 들었다.


- 여기까지가 2년 전 써 놓았던 글이고,

이 글을 읽는 2022년 9월인 지금도 어떤 작은 소리, 냄새, 촉감, 느낌 등으로 문득문득 가을을 느낀다.

안방 창가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상쾌한 바람 냄새, 건조해서 갈라지는 내 손, 해 질 녘의 차분한 마음들...

언제나처럼 가을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마주하는 가을은,

막 걸어가다

문득 뒤돌아 보니

바로 뒤까지 쫓아와 있어서 당황스러운 계절이기도 하다.

벌써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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