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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Nov 16. 2023

그는 쓰레기 처리반인가? 구원 투수인가?

직원들이 모여서 수근 댔다.


'여긴 너무 사람을 가지고 장기 말을 두듯 움직이는 게 너무 싫어."


'맞아. 사람을 이렇게 뺏다 넣었다 너무해.'


주인공인 동료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6개월 전에도 쓰러져가는 팀에 발령받아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으켜 놨더니  이번에 또 다른 최약체팀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발바닥에 땀나게' 노력했더니 또 자길 보낸다며 분노했다.


그는 격렬하게 화냈으나 인사는 강행되었다. 그렇게 또다시 그는 '최약체'인 팀을 다시 밑바닥부터 다져 올렸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인정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팀의 성과로 인정될 뿐 그에 대한 언급은 마치 무음이 된 것처럼 무시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화를 내었고 그 와중에도 여전히 발바닥에서 땀이 나게 뛰었다. 그는 조직이 자신을 이용한다며 자신을 쓰레기 전담반이라 자조했다. 윗사람과 대화할 땐 이미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공로를 인정받을 훈훈한 분위기는 홀연히 날아가 버렸다.


난 사실 그를 '구원투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분노가 그에게 가고 있는 대가를 상쇄시키고 있는 듯 보였다. 윗사람들은 그의 공로를 그의 비위 맞추기로 지급했다 여기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화를 내지 않고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 높고 멀리 갔을까. 나는 그를 생각하면 항상 안쓰럽기도 하고 격려해 주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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