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순간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나의 역량뿐이다.
인사철에 인원 감축 오더가 떨어지니 사내에 부는 바람이 날카롭기 그지없다.
내보내려는 자, 버티는 자, 들어오려는 자, 중간에서 조정하는 자.
그런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 보통 아래 부하 직원은 본인 뜻을 관철하기 어렵다. 팀장과 팀원의 의견이 다르면 조직은 팀장의 의견을 보통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오고 갈 때가 없어진 팀원은 조직에서 제안하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자리를 수긍하거나, 또는 자신이 스스로 자리를 개척해 가야 한다.
본인의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어필을 하던,
정말 도와줄 자신의 인맥에게 부탁을 하던,
자신을 받아줄 자리를 스스로 찾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승부수를 가능하면 던지지 않으려 한다. 더 정확히는 매우 아끼고 절박한 순간을 위해 넘겨두려 한다.
왜냐하면 물 흐르듯 이동한 것이 아닌 이렇게 주장해서 옮기는 경우 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되고 이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원하는 바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도록 물밑작업을 착실히 하려 한다. 그래서 가고 싶은 그곳에서 오퍼가 와, 내가 가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날 내가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믿을 곳은 나의 과거의 노력과 경험일 것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단단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생활을 할 것이다.
미래의 나를 도와줄 확실한 존재는 지금과 과거의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