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생 워킹맘인 나에게 희망퇴직 기회가 주어졌다.

그만둘 수 있다고 하니, 그만 두기가 싫다.

by 빛별

차장님, 이 기사 보았어요?


" 83년생도 희망퇴직 대상이 된다. 퇴직금은 5억."


그렇다. 나는 아니라고 여겼던 그러나 항상 하고 싶던 희망퇴직의 대상이 드디어 된 것이다.


주말 아침에 진지하게 공책을 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거니?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와의 아주 솔직한 문답이 필요했다.


나는 왜 회사를 다니는가.


이는 내가 어떻게 지금의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약 십칠여 년 전, 난 취준생이었다. 그럼 왜 취준생이었냐고? 남들이 다 그랬으니까.


그럼, 어떻게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냐고? 이 회사만이 나를 오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이 회사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대기업이었으니 천만다행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문제의 시작 부분이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직업 중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남들의 기대에, 부응함 자체에 만족했는지 모르겠다.


그럼 시작은 그렇다 치고, 근 20년이 지난 지금은 왜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첫째, 나와 나의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준다.

둘째,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셋째, 도전해 볼 수 있는 과제와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팀, 자원 등을 제공해 준다.

넷째, 깨끗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해 주고 가끔은 맛있는 밥과 술도 회식이라는 기회를 통해 사준다.


이렇게 좋은점이 많은데,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거야?

우선, 가족, 특히 자녀와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짧다. 아침 잠깐 저녁 잠깐 아이를 보는 것이 다 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하루중 짧은 시간에 아이의 공부를 앞으로 봐줄 수 있을까, 학업을 잘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 뵐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한정적이다.


둘째, 지금의 월급도 감사하지만, 이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보고 싶다. 치기 어린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정말 열심히 나의 능력을 발굴하고 그 능력을 마음껏 펼쳐 그 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보고 싶다. 한정되어있는 월급이 아닌, 정말 돈을 많이 많이 버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좋아. 그럼 그만 두고 도전해봐. 무엇이 두려운 것인데?

그만둔다면, 당장 회사가 나에게 제공해 주었던 많은 안락함이 아쉽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이 직장인이란..


첫째, 월급도 월급이지만, 가장 아쉬운건 여태껏 만나왔던 동료들이다. 함께 일할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속상할땐 가끔 밥도 술도 먹어준다는 그들 말이다. 내가 사업을 하면 이런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둘째, 월급과 복지를 제공해 주는 이 회사의 혜택들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한다. 이 수준까지 내가 몇년안에 도달할 수 있을까? 도달하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쯤되면, 가장 중요한건, 나의 삶을 어떻게 살고싶냐는 것이네. 나, 진지하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거야?

나는 몰입해서 내가 원하는것을 성취하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다. 안될거 같은 일도 이루어 내면서, 조금은 어려운 과정도 과정임을 인식하고 결국은 이루어 내는 그런 삶 말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시간도, 돈도, 하고싶은 일도 많은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끝까지 가보자. 그럼 희망 퇴직 기회가 오면 할거야? 말거야?

와...진짜 어려운 문제다. 이 생각을 정리하며 새삼 느낀건 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회사 생활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더 높은 곳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바램이 있는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회사가 힘들어서 싫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희망 퇴직을 지금 하면 안되겠지. 왜? 난 아직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건데?

내가 퇴직을 고려할 수 있는 시점은 퇴직금을 일시로 주는 시점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현재 월급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할것인지 또 위의 질문보다 더 여러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했다.


스스로의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문답은 다음 글에 올려보겠다.









작가의 이전글나이먹는 아쉬움을 훌쩍 넘는 기쁨을 주는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