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중성화 수술 1
얼마 전 근처 도서관에서 고양이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의외의 이름을 발견했다. 소설가 도리스 레싱이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 집사”였다. 반가운 마음에 작가가 쓴 에세이 『고양이에 대하여』를 빌려왔다.
작가는 어린 시절 아프리카 한 농장에서 자랐다고 한다.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은 농장은 그야말로 야생 속 외딴섬이었다. 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이 살았고, 고양이 역시 그중 하나였다.
농장 쥐를 잡는데 고양이는 고작 한두 마리면 충분하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금세 수십 마리로 불어났다. 수십 마리 고양이는 좁은 집을 장악해 버리고 쥐만큼이나 농장의 짐으로 전락한다. 나머지 고양이를 농장 밖에 풀어주면 해결될 것 같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어쩌다 집에서 탈출한 고양이들, 즉 농장의 울타리를 넘어간 고양이들은 아차 하는 순간 야생 고양이로 돌변해 농장의 다른 가축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의 부모님은 주기적으로 고양이들을 “대량 학살”해야만 했다. 주머니에 새끼 고양이들을 넣고 물에 빠뜨려 죽이거나, 한 방에 몰아넣고 총을 쏘아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부모님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야기는 그녀가 영국으로 넘어온 뒤에도 이어진다. 도시 생활을 시작한 작가 역시 불어난 집고양이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양이 중성화를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라 꺼렸던 작가는 결국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는 것이 더 야만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하여 수의사에게 고양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글은 마무리 된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안전한 잠자리와 먹이가 보장된 현대의 집고양이들이 자연 상태대로 번식을 계속한다면 감당 못 할 일이 벌어질 것은 뻔하다.
설령 교미할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라도 중성화 수술은 필요하다고 한다. 인간과 달리, 고양이에게 발정이나 짝짓기는 쾌락이 아닌 고통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양이의 생식기에는 관련 질병이 발생하기 쉬운데, 중성화 수술은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는 등 건강상의 이득이 크다.
특히 수컷은 수시로 찾아오는 발정기에 암컷을 만나지 못하면 성격이 사나워지고 이것은 이상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까닭인지 고양이 분양 사이트에서 중성화 여부는 예방접종 여부와 함께 중요한 항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딱지는 수컷이다. 수술을 위해 병원에 문의해 보니 배를 갈라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암컷의 수술에 비하면 훨씬 간단하고 몸의 부담도 적다고 한다. '그래,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 도리스 레싱이 했던 것과 똑같은 결정이었다. 고양이를 수의사에게 데려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깊은 생각을 거친 후 중성화를 결정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다들 하는 거니까, 예방접종이나 중성화는 당연하다고 하니까.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다.
고양이가 우리에게 온 지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녀석은 확연히 새 환경에 익숙해졌다.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사람 곁에 와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녀석이 우리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면, 겨우 이 정도로 녀석이 이 집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녀석은 이제 겨우 정을 붙여 가려는 첫발을 뗀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