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좋아하는 너(2)

박효신-숨

by 설탕우유

6. 평행선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답장이 점점 늦어지는 것부터 뜸해져 가는 연락. 너와 나는 서서히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애써 굳이 잡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편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보다 네가 그러길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나는 내 공연을 올리는데 집중했다.


내가 올리는 공연을 보러 오겠다던 너의 약속이 있었지만 너도 그즈음 다른 곳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었다. 내게 공연 못 봐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날 너의 생일이었기에 '공연 고생했어 생일 축하해'라는 답장을 보내고 마음속에서 더 멀어졌음을 느꼈다. 얼마 뒤 난 내 꿈을 위해서 내가 살던 지역을 떠나 연기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떠난다며 아쉽다'라고 말했지만 내게는 미련을 떨쳐냈다는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 물러나는 거였지만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면 멀어지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만 했던 것 같다.


수개월이 지나고 오랜만에 안부인사와 함께 내게 온 연락은 평행선 같던 우리 사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연락이었다. "오빠 저 만나던 사람이랑 헤어졌는데 잡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7. 그랬구나 그랬어


이 말을 듣고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를 마음에 두고 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나도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달래주고 응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너와의 수개월만의 연락이 이렇게 끝나고 또 수개월의 연락을 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챙기며 바쁘게 살게 되었다.


나는 그 사이에 네가 연애를 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네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아있어야 했기에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모른척해야만 했던 걸까 너와의 더 가까워질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던 이 연락을 끝으로 한동안 우리는 연락하지 않았다.


이후에 다시 연락을 받게 된 것은 한 해가 지나고 너의 결혼식 소식을 모바일 청첩장을 통해 들었을 때였다. 이 소식을 이미 내게 알려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때도 결혼식을 가야 하는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내가 우선순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록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아연 -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궁금해서 잠이 안 와

그때 왜 그랬어

구차해도 묻고 싶어

그때 난 뭐였어


나만 애탄 거니

난 진심인데 넌

그랬구나 그랬어

좋았는데 넌 아니었나 봐



8. 안녕 내 마지막 짝사랑


나의 고민이 무색하게 그 친구는 파혼하게 됐다는 연락을 해왔다. 너무 급하게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고 이 결혼식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던 말은 어느 정도 진심이었던 것 같았다. '나랑 결혼 할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와서 결혼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착각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나도 결혼을 생각하며 만나고 있던 사람이 있었기에 이 친구의 말은 무언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네가 조금 밉게 느껴지긴 했었지만 결혼을 할 거라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던 작은 바람이 있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이후 함께 공연했던 다른 형이 결혼하게 되어서 함께 만났을 때 한층 더 밝게 예전처럼 내게 장난치는 너를 보는 게 난 제법 힘들었다.


결혼 후 그 형과 함께 우리 공연팀 사람들이 모였을 때도 그간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게 되었다. 물론 그 이야기에는 내 이야기도 있었다. 나도 만나던 사람과 결혼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로 관계가 정리되었다는 이야기에 너는 내 아픔에 공감하고 있는 듯했다. 나보다 네가 더 힘든 시간을 지내왔을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9. 행복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모임에서 다시 만났던 너에게 느낀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했던 것 같다. 물론 서로 어떤 감정 기류가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아했던 마음에서 안쓰러운 마음과 다시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이번에는 좋은 사람과 좋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너와 알게 된 것이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다. 돌아보니 너에게는 주책도 많이 부렸던 것 같은데 갑자기 노래를 하고 싶다 해서 밤 12시가 되어가는데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 근처 코인노래방을 같이 가기도 하고 어느 날 울적하다며 바다를 보고 싶다기에 새벽까지 달려 바다를 보고 오기도 했었다.


오랜만에 신나게 마시고 우리 동네에 너의 차를 두고 갔던 날. 마침 내가 근처에 볼일이 있다며 너를 데리러 너의 집 앞에 갔을 때 예고에 없던 소나기가 쏟아져내렸다. 너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활짝 웃었고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차에 앉아 내리는 비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런 너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을때 참 좋았다.


너는 참 비를 좋아했다. 비와 노래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처럼. 사진출처 : 픽사베이


10. Epilogue


네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다른 이유는 너의 주변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네가 장기 연애 중이었고 얼마 뒤에 너의 이별 소식을 듣고 다가간 다른 친구와 커플이 되는 것이 예뻐 보여서 한발 물러나있기도 했다. 내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은 둘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둘은 잘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이후에 개인적으로 다가가기로 했었다.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서 맛있는 술이 있다면서 먹어보라고 너희 집 앞에 들러 네 차 위에 올려놓고 오기도 하고 장마철에 혹시나 하면 좋다면서 유리막 코팅제를 발라놓고 오기도 하면서 주책도 많이 부렸던 것 같다.


우리가 언젠가 술을 마시고 다들 노래방에 있었을 때 이 노래를 불렀는데 네가 한참 동안 '진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고 그다음 날 너의 프로필 뮤직이 이 노래로 바뀌어있을 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의 부제가 되었다.



박효신 - '숨' 중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모든 에피소드가 끝이 났네요.

다음은 짧은 이야기와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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