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야근의 기록 회사(1)

스포츠 기록 플랫폼 스타트업

by 설탕우유

1. 처음으로 받은 제안


"설탕씨 저희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는 거 어때요?"


당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나는 대학 시절 우리 지역의 동아리 야구의 사무장(연합회장)을 2년 반 정도 맡았는데 (후임자를 구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당시 우리 동아리 리그의 데이터를 회사에서 활용하는 조건으로 리그와 MOU를 맺고 지원을 약속받았다. 내가 당시 편의점 재고조사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급히 내 후임자로 리그 대표자가 바뀐 것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친구를 따라 편의점 재고조사를 하러 다닌다'는 말을 하자 대표가 놀라며 내게 바로 입사 제안을 했다. 당시에는 이곳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여기보다 맞지 않는 회사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대표와 퇴사를 논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 다행히 야구를 좋아던 재고조사업체 대표님은 나중에 잘 되면 자신을 잊지 말라며 진심으로 응원하고 퇴사처리를 해주었다.


기대감을 잔뜩 갖고 옮기게 되었던 시작했던 회사 생활은 기대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실망감으로 돌아오는 날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스타트업이라는 구조의 회사는 내가 회사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자유롭다는 장점은 내게 곧 단점으로 이어졌다.



시작도 끝도 없었던 야근의 시작. 사진:픽사베이


2. 자유로움이라는 다른 종류의 압박


당시 들어갔던 회사의 직원은 대표와 나를 포함하여 딱 다섯 명이었는데 각 분야별로 각자 자신의 파트를 맡고 있었고 내가 들어갔던 파트는 영업을 맡아 들어갔으나 정작 입사하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나 회사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는 운동선수 출신으로 회사를 차렸던 대표의 성격에 기인했는데 문제는 다른 직원들도 내 파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서 나를 도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내게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주는 사람이 대표였는데 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일반인들과의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뭐든 찾아서 해"라는 식의 대답이 이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다른 직원들도 그 상황에 계속 대표에게 되물어서라도 일을 받아서 해야 할 것 같다는 조언 밖에 하지 못했다.


한 달을 다니는 동안 이 회사에서 내 포지션이 어떤 것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전혀 감도 잡지 못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보니 대표가 혹시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기업의 제안서를 써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 회사의 구조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로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제안서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도 끝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밤을 새우는 것이었다.



3. 실패한 제안서


맨땅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던 회사 생활은 편의점 재고조사를 하던 시절보다 더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밤을 새워 제안서를 써봐도 대상도 목적도 알 수 없었던 제안서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제안서를 피드백받기 위해 대표에게 올리면 다시 써야 한다는 피드백만 줄 뿐 무엇이 문제인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표는 몇 번의 퇴짜를 거듭하다 다른 업무를 시켜야겠다며 마침 대학생들이 근로장학생들이 회사에 두 달 정도 출근하게 되었는데 대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 짧은 기간 그나마 회사에서 업무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학생들도 근로 기간이 끝날 즈음 내게 조언을 남기고 갔다.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스포츠 기록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는데 근로생들은 기록 데이터를 입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플에 잘못 걸려있는 기록 계산 수식이나 사용자의 PC, 모바일, 기종 등의 환경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지 않는 등의 자잘한 버그가 많았다.


MOU를 맺었던 우리 대학 동아리리그에서도 버그를 수정해 달라며 내게 직접 연락을 해왔고 작업을 하던 근로생들도 왜 고치지 않느냐 하여 입력하며 나온 문제를 모아 보고 하면 "내 핸드폰에서는 잘만 되는데 왜 안된다는 거야"라며 우리에게 짜증을 냈다.


근로장학생들은 이 상황들을 보며 그래도 회사를 위해서는 "계속 대표에게 안 되는 것을 안된다고 확실하게 말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조언했지만 이미 대표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난 이 회사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의 불씨만 키우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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