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의 문을 닫다

자영업이 실패하는 이유

by 설탕우유

4. 치킨집의 프로세스


실장이 떠나간 후 팀장과 둘이 근무시간을 나누어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대표는 팀장의 의견을 받아 실장이 없으면 가게가 운영이 더 원활하게 될 것임을 기대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가게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갔다. 주문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배달플랫폼 이벤트도 유의미한 매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종종 가게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며 가게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줄고 있었다.


프로세스를 점검했지만 사실 큰 문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다녀온 것은 아니고 팀장이 다녀오긴 했지만 유명한 치킨 관련 강의까지 다녀오고 그곳에서 나눠주기도 했다던 치킨 비결들도 다 큰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가게에 출근하면 닭집에 들러 염지를 하고 소스나 재료를 손질하고 튀김기 청소 후 가게 오픈 전까지 세팅을 마쳤다. 대략 준비가 3~4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영업은 8시간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팀장과 유동적으로 준비하는 주와 마감하는 주를 나누어 운영했었다.


하지만 가게의 매출이 심각할 정도까지 떨어지자 팀장은 먼저 이 가게를 떠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가게가 너무 어려워지며 팀장보다는 실장의 입김이 대표에게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반년 정도를 함께 했던 팀장은 나 혼자 가게 운영이 전부 가능할 정도가 되었을 즈음 사직서를 제출하고 가게를 나오지 않게 되었다.



5. 회계 감사


치킨집(신사업팀)과는 별개로 본사가 잠시 비상이 걸려 가게를 닫아놓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본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우리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다른 커뮤니티 사업을 하던 단체에서 세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신고가 있었기에 동종 계열이었던 우리 회사의 본사도 회계 감사를 받게 된 것이었다. 2년 정도 되는 기간의 자료들을 모두 다 꺼내고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 나도 본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도 본래는 내 자리에서 이런 기획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치킨집으로 가게 된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행사 기획들을 함께 서류로 살펴보며 이 점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치킨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반갑지 않게 느껴졌다. 과연 이 신사업팀의 일이 더 어려워지면 본사에 내 자리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사로 다닐 때 아주 잠시 대표와 실장과 함께 있을 때 내게 본사에 오고 싶은 생각이 없냐고 묻기에 기회가 된다면 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했지만 실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대표는 조금 아리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대표는 이후에 내게 신사업팀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거절의 답을 했다.


image.png 회사의 흔적들을 함께 지켜본 시간. 사진출처:픽사베이



6. 힘들었던 여름


문제없었던 감사 기간이 지나가고 다시 가게로 복귀하게 되었다. 잠시 특식처럼 회사 사람들의 점심도시락에 치킨이 들어간 메뉴로 만들어보기도 했었고 튀김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메뉴들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이 기간은 길지 못했는데 가게에서 할 수 있는 요리들이 한정적이었고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나의 요리 경력이 너무 짧았다.


한여름이 되고 더위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튀김기 때문에 무더운 가게는 선풍기만으로는 더위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찜통이 되었다. 실내에 에어컨이 있지도 않던 환경이었기에 이 시점부터는 가게에서 기본적으로 일하는 것이 어려웠고 가게 안에 에어컨을 설치할 견적조차 나오지 않던 환경이라 옆에 사무공간으로 쓰던 곳에만 냉풍기를 설치하여 주문이 없는 경우에 쉬는 식으로 조치가 되었다.


이 여름을 지나며 일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졌고 우리에게 닭을 제공하시던 업체에서도 처음에는 뼈 있는 닭의 제공이 어렵다고 했다가 곧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달해 오며 우리 가게 역시 당장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출은 형편없다 못해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로 심각해졌고 나 역시 이 가게를 접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 역시 여름이 끝날 즈음 날씨가 선선해지는 것을 느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의 회사에 신사업팀으로 들어갔지만 결국 한 일은 가게의 시작부터 끝을 보는 일이었던 자영업의 어려움을 옆에서 보고 직접 느껴보았던 시간. 나는 이후로 자영업의 길은 내 꿈에서 가장 후 순위의 일로 두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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