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의견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의 입장에 치우쳐진 상태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법원에 가기 위해 집에 왔다.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모든 게 다 오해라고.
그렇게 말해주길 바랐는데.
그는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린 사람처럼
혹은 누군가와 밤새 통화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협의 이혼을 하자고 했다.
불과 어젯밤에 난 이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생각해 보자는 것도 아닌 이혼을 하자니.
그것도 네가.
내가 매달려서 잡고 마음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잡은 마음은 어차피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이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 듯
법원으로 향하는 차도, 마음도,
스스로 멈추고 돌려주길 바랐다.
내가 혹시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남편의 말처럼 그저 친한 동생이었는데
'몰아세운 걸까'
법원으로 향하는 차 조수석에서 많은 생각이 들고
무서웠다.
법원에 도착했다.
너는 협의이혼신청서를 잘도 써 내려가더라.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계속 흘렀고 애써 삼키는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기도 했다.
이혼이 이리 쉬울 수 있나.
한순간에 내가 알던 남편이 그냥 사라졌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다른 사람 같고,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했고
왜 우냐고 물었다.
이미 눈이 시릴 정도로 부은 눈으로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오빠, 우리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같아."라고 답했다.
이혼하지 말자며 그의 팔을 결국 내가 붙잡았다.
남편은 협의이혼서를 일단 제출하고 어차피 한 달 기간이 있으니
숙려기간 동안 생각해 보자 했다.
이 말들을 모두 믿었다.
그에게 한 달 동안 정말 진지하게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대로 우린 협의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