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본래의 상태가 되도록 함
협의이혼 신청서를 접수하고 법원을 나왔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남편이
집을 나가서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그가 귀가하고 어디 있는지만이라도 아는 것이
내 마음에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여기서 지내라며 집을 내어주고
잠시 친정집에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간단한 짐만 챙겨서 나왔다.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집에서도 사위에게, 제부에게 시간을 주자고
사업 때문에 힘들어서 번아웃이 왔을 거 같다며
되려 남편을 모두가 걱정했다.
내가 관계를 오해하고 그를 몰아붙였다는 생각에,
내가 이 상황을 만든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밤새 자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협의 이혼에 대해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숙려기간 한 달 내 한 명이라도 철회하면 무효화된다는 것이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된다.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법원이 문을 여는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만을 기다렸다.
내가 이혼 의사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결혼을 지킬 것이라는 확고함을 남편에게 전달하고 싶었고
그게 철회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에서 고요한 새벽이 되고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조용히 일어나 법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이혼을 철회했다.
철회 신청서를 제출하고도 다시 한번 더
"그럼 어제 쓴 협의 이혼 신청은 무효가 맞나요?"를
몇 번이고 되묻고 확인받고 나서야 법원을 나왔다.
너무 쉬웠던 것 같은 우리의 이혼이 없었던 일이 되었다고,
이렇게 하나씩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면 된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이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통보식에 가까운 회사의 연차 사용으로 시스템 처리를 위해
근처 주차장이 있는 스타벅스에 들렸다.
근데 그곳에 우연히도 남편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주차를 하고 들어가서 남편을 찾았다.
그에게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앉아도 될지 눈치 보며 서있었는데
나에게 먼저 옆자리에 놓인 가방을 치워주며 앉으라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나에게 별게 아니지 않았다.
남처럼 따로 앉지 않고 먼저 말해준 남편에게 고마웠고
이런 사소한 것에도 난 의미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자리에 앉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노트북을 덮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야 한다고 했다.
사실 법원에 가서 철회하고 오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차가운 벽이 느껴질 만큼 빠르게 옮기는 발걸음을 붙잡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애써 웃어 보이며 "밥 잘 챙겨 먹어"라고 밝게 인사하고 난 울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남편에게 아침에 법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카톡을 남겼고
이유도 함께 설명했다.
남편에게 바로 전화가 왔고
그가 그렇게 화내는 걸 9년 만에 처음 봤다.
내가 이혼을 철회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