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유난스러움의 재미

by 엔딩은 해피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온기를 얻고 사랑을 받는 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 백수린, <여름의 빌라>



2026년 들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디저트 이름.


두.쫀.쿠.


그동안 허니버터칩, 탕후루, 마라탕, 달고나 커피 등 다양한 유행 음식에 끌리지 않았는데 요즘 살이 찐 탓인지 두쫀쿠는 왠지 먹어보고 싶어졌다.


유행이 얼마나 빠른지 우리 동네 대부분의 카페, 빵집에서는 두쫀쿠를 팔고 있었으나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탓일까 소문난 디저트 카페는 오픈과 동시에 '품절'로 바뀌기 일쑤였다.


배달로는 도저히 불가하기에 차 타고 옆동네까지 두쫀쿠 여정을 떠났고 드디어 두쫀쿠를 만나게 된다.


1인당 1개.

라고 입구부터 쓰여있는 걸 보며 돈이 있는데도 돈을 쓰지 못하니 왠지 차기 전에 차인 억울한 기분이 든다.


짝꿍과 두쫀쿠 2개, 호두식빵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창가 테라스 앞 식탁에 앉았다.

한 입 베어문 순간!

'美味'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터질 줄 알았으나

'아 달다. 당뇨 걸리겠다. 이 아프다.'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고 개그맨 김영철 말처럼 모래를 씹는 듯한 식감을 억지로 음미했다.

젊을 때 여행도 많이 하고 많이 먹어야 된다더니.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도 이가 좋지 않은 나에게 두쫀쿠는 '맛'보다는 '충치'였다.

그래도 탕후루, 마라탕처럼 짜고 단 음식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서 왜 두쫀쿠가 유행인지는 확실히 이해하며 젊은 세대의 틈에 좋지 않은 치아를 가진 내 신체를 근근이 욱여넣어본 것에 의의를 두었다.



이쯤 되면 또 안 먹어봤을 법 하지만 두 번째 두쫀쿠를 먹었다.


이 사진을 보고 감동받은 나는 그냥 F형 인간일지도.

거리가 눈으로 소복이 쌓이는 아침이었다. 오전 12시 전에만 일어나면 아침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아침형 인간'인 나는 오전 9시 역시나 깊은 숙면에 취해 있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날 내가 두쫀쿠를 또 먹어보고 싶다고 했었는지 아님 TV에 두쫀쿠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인지 전날 밤 짝꿍은 '내일 아침에 두쫀쿠 사줄게'라는 말을 남기며 잠에 들었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눈 떠 보니 식탁 위에는 우리 집 앞 빵집에서 사 온 두쫀쿠 2개가 올려져 있었고, 짝꿍이 보낸 카톡에는 온통 하얀 아파트 단지를 찍은 사진이 있었다.


'영하 10도나 되는데 두쫀쿠 오픈런을 뛰다니.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아침부터 갑작스러운 사랑을 느꼈다.




두쫀쿠 대란 속에서 어떤 사람은 고작 디저트 먹겠다고 두 시간 기다리는 걸 유난스럽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헌혈을 촉구하는 방안으로 써서 박수를 받기도 한다. 또 어떤 회사는 소상공인이 자영업자들이 함께 힘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공유한 소중한 레시피를 마치 자기들이 한 것처럼 이름만 살짝 바꿔 내놓은 짜치는 기업 경영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작 아기 주먹만 한 두쫀쿠에 담긴 사회의 여러 양상을 보며 같은 두쫀쿠지만 개개인에게는 같은 두쫀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두쫀쿠가 유행에 대한 호기심과 경험, 짝꿍의 사랑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두쫀쿠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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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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