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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May 27. 2023

나의 마흔한살 단식기 #12

12일 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

12일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


몸무게 67.6 kg, 체지방율 16.1% 

(몸무게 6.6kg, 체지방 4.4% 감소) 


이제 누가 봐도 나는 살빠진 사람이다. 

큰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볼이 깊게 파였다. 눈이 쾡하고 깊다.  


얼굴에 기름이 빠지니 주름이 늘어난 느낌이다. 

확실히 늙어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예상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지만, 사실 좀 뼈아프다. 


나는 얼굴에 주름이 많은 편이다.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집안의 내력이다. 

주름이 상당히 깊이 패여있는데, 사실 20대 부터 그랬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크림 따위로는 회복 불가능이다.  아마도 보톡스 같은 주사에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매체에 나오는 여배우들을 볼때마다 여러번 놀라게 된다. 

중년의 그녀들은 20대 그 시절의 미모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는 주름살 하나 없이 아기마냥 팽팽하게 물 올라 있다. 


예를 들어, 배우 김희애는 내가 초등학교때도 배우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배우다. 

김희애 씨가 예능에 출연하면 공식처럼 그녀의 데뷔 초 시절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곤 그녀에게만은 비껴간 세월을 시셈가득 원망하게 만든다. 

두말할 것 없이 20대 그 시절의 미모는 찬란하고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꾸미지 않아도 그냥 존재자체가 싱그럽고 아름다운것이 젊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대 지금의 그녀도 또 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가 있다. 


남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성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보통 20대의 남성들은 외모를 본다.

음.. 솔직히 말해 4-50대가 되어도 이성의 외모를 중시하는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20대는 정말이지 외모만 보는 것 같다. 

그런데 40대가 되어보니 외모 너머의 다른것이 보인다. 




매일 아침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그녀 


유치원생 쌍둥이를 등원시키느라 허둥지둥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로션만 바른 맨 얼굴에 미처 말리지도 못한 머리를 질끈 묶고, 오늘도 참 말 안듣게 생긴 개구쟁이들을 다그치며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에게는 항상 송구스러운 자세이지만, 아이들에게만은 은근히 화가 난 말투이다. 아이들도 풀이 죽어서 엄마 눈치를 살피며 삐죽거리고 있는것이 십중팔구 오늘 아침에도 야단을 맞은게다. 

엄마는 그 난리를 치르고 출근하면 또 하루종일 거래처 갑질에 시달리며 발끝까지 에너지가 빨려나갈 것이다.  지금 그녀의 손에 들린 점보사이즈 텀블러에 담긴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생존 키트이다. 


소녀시절의 그녀는 30대 후반의 자신이 이런 아침을 맞을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때를 따라 맞이했던 기로에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오늘이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서 선택해야만 했고, 그 선택은 항상 포기를 대가로 요구했다. 

그래서 그녀가 지켜낸 지금의 삶은 그녀가 포기했던 모든것의 가치와 동등하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가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내가 멋진 매력으로 다가온다.


뭐 대단치 않은 평범한 삶일수도 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그러나 그렇다손 치더래도 지금은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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