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결과가 출국 당일에 나오는 교환학생??
본교에서 당신을 교환학생으로 최종선발했는가? 축하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교환학생 준비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통과한 것이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당신은 충분히 그 자질을 인정받았다. 본인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러면 이제부터 남은 과정은 알아서 잘 흘러갈까? 애석하게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아쉽게도 이제부터가 교환학생의 진짜 시작이다. 지금까지가 교환학생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물론 이 단계부터는 본인이 자처하거나 큰 실수하지 않는 이상 당신이 교환학생에서 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알아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어렵다기보다 짜증 나거나 답답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 역시 교환학생의 일부이기에, 거쳐가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프롤로그가 왜 이리 기냐고. 준비하는 과정을 이렇게 상세히 서술해야 하냐고. 알고 있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시작도 있는 법. 비록 지루한 내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누군가를 위하여 지금 나는 현지에서 파티소리의 유혹을 참으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생색내는 게 아니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라고 말은 하지만 독자들이 믿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거의 다 왔다. 프롤로그 글도 이제 끝을 향해 다다르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 이 글에서는 내가 교환학생으로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겠다. 특히 비자 부분에서는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은 꼭 읽어주시길 바란다.
파견 학교에서 요구하는 기본 정보/서류 제출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당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환학생이 된 것은 아니다. 진짜 교환학생의 시작은, 파견 학교에서 당신을 교환학생으로 받아들인다는 증명서, 이른바 입학허가서를 보낸 뒤부터다.
위 사진은 실제로 학교에서 요구하는 내용의 일부를 캡처한 건데, 소속 학교와 학과, 학년 등 기본적인 사항을 물어보거나 재학증명서, 어학 성적증명서(TOEIC이나 TOEFL 등의 공인영어 성적증명서), 학교 성적 증명서랑 motivation letter 정도 서류를 요청한 것이 대부분이다.
해당 서류들 대부분은 아마 교환학생 준비 과정에서도 본교에서 충분히 요구했을 서류들이라 준비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내가 오해를 하나 했었다. 아마 11월 말이었나. 그때 처음으로 파견 학교에서 나한테 메일이 왔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긴 영어메일을 직접 본 게 처음이라 읽으면서 마음이 다소 불안했다. 그래서 12월 중순까지 비자도 같이 제출하라는 거로 오해했다. 당연히 그럴 리 없다. 애초에 입학허가서도 안 보냈는데 비자를 신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혼자 착각해 본교 국제교류처에 따졌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만 알아둬야 하는 게 있다면 기본 사항들 작성 및 제출 서류들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파견 학교 측 사람들이 현지인일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이긴 하다. 솔직히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파벳도 모르는 사람이 본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선발될 리는 없지 않겠는가. motivation letter 얘기만 살짝 하자면, 본인의 경우에는 특별히 요구하는 양식이 없어서 그냥 진솔하게 왜 해당 학교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지 적었다. 물론 교환학생의 기본 의무는 공부이기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식의 립서비스도 첨가하면서 말이다...!
그 외에도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파견 학교에서 듣고 싶은 수업들과 그 수업들과 대응되는 본교의 수업을 적는 learning agreement도 제출해야 했다. (폴란드에 온 지 1주 차인 현재 생각해 보면 지금 수업들을 다 바꾸게 생겨서 저걸 제출하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기숙사 및 숙박 장소
사실 투리 본인은 학교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숙박 시설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기숙사 배정이 출국 며칠 전쯤 나와 그전까지 진짜 배정해 주는 게 맞나 의심을 하기는 했었다. 실제로 비대면 OT를 했을 때 대다수 학생들이 기숙사 배치가 언제 되냐고 물어봤었다.
국가와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에서 기숙사 제공을 하고 안 하고는 꽤 크다. 파견 학교들 중에는 기숙사 제공이 안 되는 학교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본인이 직접 숙박 장소를 알아봐야 한다. 아마 여기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전에 언급했던 그 후배도 시기가 안 맞아서 기숙사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저것 때문에 파견 학교를 바꾸었다는 사례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으니, 본인이 생각하는 학교가 숙소 제공을 안 할 경우, 숙박 시설을 찾기 쉬운 환경에 있는지 미리 확인하기를 바란다.
비자 신청
드디어 대망의 단계, 비자 신청이다. 부제목을 보면 유추 가능하겠지만, 여기는 내가 할 말이 많다.
내 사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일단 폴란드 학생비자를 신청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를 하겠다. 학생비자 발급은 대사관에서 하는데, 이게 내가 원할 때 아무 때나 가는 게 아니고 우선 e-konsulat 시스템에 들어가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 예약일에 맞추어 필요한 서류들을 들고 대사관에 간다. 서류를 모두 제출하면 일반적인 경우 최대 20일 정도 뒤, 긴급발급의 경우 최대 1주일쯤 뒤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사전예약 없이 비자 결과가 나온다. 내가 비자를 받았을 때는 여권에 부착되어 있는 상태로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내가 겪었던 문제가 뭐냐면, 나는 출국일을 2월 14일로 잡았다. 그런데 전자 입학증명서가 나온 1월 6일에서 며칠 정도 지나고 예약을 하려 했더니, 비자 신청이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가 2월 12일이었다. 답답해서 대사관에 전화했을 때 왜 그런가 물어봤다. 1월은 원래 운영을 안 하고 설 연휴가 끼다 보니 예약이 밀려서 그렇단다. 어쨌든 이틀은 당연히 긴급발급으로 해도 출국 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결국 기숙사 체크인을 받는 가장 늦은 날짜에 도착 가능한 2월 20일 자로 출국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아슬아슬했던 게, 긴급비자를 받을 수 있는 요일은 다음 주 목요일일 확률이 높았는데, 그날이 출국 당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출국일 직전까지 비자 발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결과가 대체 언제 확정이냐고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나는 오죽했겠는가. 물론 학생비자는 서류만 잘 준비하면 어지간하면 잘 발급된다. 대사관 직원도 내가 제출한 서류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확정이란 건 없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폴란드 비자 예약일은 최소 출국일 두 달 전쯤 신청하는 게 좋다. 신청 날짜는 학교 입학허가서 원본의 도착예정일보다 조금 늦되 너무 출국일에 가깝지 않은 날짜로 한다. 다만 내 파견 학교처럼 2월 초쯤 되어서야 입학허가서 원본이 우편으로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따로 파견 학교에 대사관 전자메일로 입학허가서 원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도록 하자. 이렇게 하면 아무쪼록 투리처럼 삽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예약일까지 서류는 당연히 다 준비되어 있어야겠지?
비자 예약에 필요한 서류는 블로그에 치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준비해 간 서류들 목록들만 딱 올리겠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은행 한도가 적힌 통장 거래 내역과 같이 영어 표시가 안 되는 서류들이 아닌 이상은 모두 영어 컬러로 뽑아야 한다!!
필요한 서류들
1. 비자 신청서 (위의 e-konsulat에서 작성 후 인쇄, 작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여유를 두고 차분히 작성하자.)
2. 본인 사진 2장
3. 여권 + 여권 사본 (심사기간 동안 여권은 대사관에 맡겨지니 이 점 참고하시길)
4. 주민등록증 앞뒤 복사본 (투리 본인은 안 챙겼었음. 안 챙겨도 되지 않을까..?)
5. 여행자 보험 증서, 그리고 그 영수증
6. 비행기 예약 증명서
7. 거주지 확인 증명서 (투리는 입학허가서에 내용이 있어 따로 포함 안 했음)
8. 파견 학교 납입증명서 (마찬가지로 입학허가서에 명시되어 있어 따로 안 준비함)
9. 입학허가서 원본
10. 재학증명서
11. 거래내역서
-본인 거래 내역의 경우 (본인 것만)
-부모님 거래 내역의 경우 (부모님 것 +
재정보증서 + 가족관계증명서)
(※은행에서 발급하는 카드 한도 내역서의 경우 외국에 돈 쓴 내역이 없을 경우 영어로 발급 안 됨)
12. (거주 기간이 기숙사 숙박 기간보다 긴 경우) 숙박 예약서 + 여행계획서
13. 비자 신청비 (긴급이 일반보다 좀 더 비쌈. 긴급이 25만원 안팎이며 무조건 현금으로 결제)
비자를 예약하러 갔던 2월 12일은 참 눈이 많이 왔다. 분위기도 분위기인 만큼 그날은 참 긴장이 많이 되었었다. 그래서일까? 출국일 당일 비자 발급에 단 한 번만에 성공한 게 그만큼 통쾌할 수가 없었다! 교환학생 최종 선발자로 선정된 순간 이후로 그만큼 천년 묵은 게 풀리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폴란드로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아마 나라마다 세부적으로 비자를 준비하는 데 차이는 있겠으나, 전체적인 틀은 비슷할 테니 부디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로써 교환학생 준비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이것저것 사족을 달다 보니, 아마 다음 글이 마지막 프롤로그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글은 아마 교환학생이 되기 전에 알면 좋은 몇 가지를 공유할 듯싶다. 그래서 사실은 실제 투리의 인생(?)이 섞인 첫 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슬슬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는데, 지금 내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은 어떤 마음 상태일까. 이 글이 올라가는 날짜는 3월 1일, 삼일절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나도 교환학생 생활하면서 나라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투리 본인의 육체 나이와 같은) 젊은 세대와 대학생들이 진실에 눈을 뜨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직 이 나라에 희망을 건다. 비록 먼 타국에 있지만, 투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리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나중에 이 글을 읽는 교환학생 꿈나무들이 있다면, 그때는 우리 꿈나무들이 안정된 나라 상황 속에서 유럽생활을 준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