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3) 왜, 하필 폴란드?

생각보다 폴란드의 매력은 좀 친다

by 흑투리

다시 말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폴란드를 노리고 교환학생을 신청한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전형들을 찾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폴란드에 가게 된 거다. 하지만 오해 마시길. 나는 어떻게든 유럽을 가려고 억지로 폴란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인드는 나를 담대히 받아준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이전 글에서는 폴란드를 선택한 과정을 주로 얘기했다면, 여기서는 내가 폴란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선 폴란드는 어떤 나라인가? 요새는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는 만큼 이에 관한 대답은 여러분도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일이 손가락 운동하면서 찾아볼 독자들의 귀찮음을 덜어주기 위해, 글의 이해를 위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은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폴란드는 우선 유럽의 중부에 위치한 국가로,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의 3배(한반도의 1.5배) 정도, 인구는 4000만 명 정도 된다. 슬라브족 계통에 해당하는 폴란드인이 이 나라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용 언어도 그 나라 고유의 언어인 폴란드어를 사용한다. 지리적으로는 서쪽에는 독일, 동쪽에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가 있으며, 북쪽에는 발트해와 리투아니아 등이 있다. 아래 유럽의 지도를 보면, 폴란드가 유럽 대륙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구글 맵을 통해 본 폴란드의 위치.



그래서일까? 솔직히 나는 폴란드를 동유럽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게 폴란드의 위치가 애매한 탓일까. 어떤 책은 폴란드를 오스트리아와 함께 동유럽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또 어떤 책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폴란드를 동유럽이 아닌 중부유럽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 나라도 나름 본인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이기에, 어느 정도는 기강을 세워줄 만하지 않을까?




그 외에도 설명을 좀 더 하자면, 폴란드는 국토의 90%가 평지인 온대 기후 지역이다. 이 나라는 풍부한 광물자원과 괜찮은 기술력을 통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농업 쪽도 상당하다. 이에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이 나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 역시 상당한 편이다. 그 외에도 정치 체제는 대통령과 각료회의로 구성, 종교적으로는 90% 이상의 국민이 로마 가톨릭이라는 점까지 알면 기본적인 설명은 된 것 같다.




자, 그러면 더 이상의 지루한 백과사전식 설교는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이 '중부 유럽 국가'에 느낀 매력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사실 폴란드의 장점도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이 플랫폼 안에도 폴란드의 장점을 소개하는 글이 나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런 보편적인 장점보다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매력 포인트 위주로 글을 이어가겠다.




쇼팽을 비롯한 클래식 쪽과 관련이 깊다.

이전에 폴란드가 쇼팽의 나라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가? 그렇다. 프레데리크 쇼팽은 폴란드에서 태어난 피아노곡 작곡가이다. 그는 "피아노의 시인"이란 별칭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작곡가였으며, 21개의 녹턴, 58개의 마주르카 등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다. 생각보다 쇼팽이 폴란드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던 분들이 많았는데, 조국에서 일어난 바르샤바 혁명으로 인해 그가 주로 파리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히도 쇼팽은 어릴 적 폴란드를 떠난 뒤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이 얘기를 어떤 모임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나를 똑똑하게 봐주었다. 이성한테 어필하고 싶은 남자분들이 있다면 폴란드에 갈 때 유용하게 써먹으시길.



'피아노의 시인' 쇼팽



아무튼 나는 어릴 적부터 쇼팽의 음악과 정말 많이 접했다.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쇼팽의 흑건, 즉흥환상곡 등은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살면서 알게 되었고, 녹턴이나 왈츠도 잠들 때마다 가끔씩 듣고는 했다. 특히 왈츠를 많이 들었는데, 몇몇 단조 곡들의 선율은 참 아름다워서 지금도 그 멜로디를 기억할 정도이다. 중학교 때 불 끈 방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쇼팽의 왈츠에 빠졌던 추억.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도 모르게 쇼팽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 싶다는 소망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마침 바르샤바에 쇼팽 박물관이 있으니, 다른 장소라면 몰라도 그곳만큼은 꼭 방문하고 싶다.



그 외에도 폴란드에 관해 알아보면서 나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는데, 바르샤바에도 국립 필하모니 홀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주로 공연하는 오케스트라가 쇼팽 피아노 국제 콩쿠르를 주최하고 있는 만큼, 나름 역사와 자부심도 깊은 곳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직접 공연을 감상해 봤으면 좋겠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괜찮다.

사실 이건 여러 사이트에서 언급된 얘기인 만큼 그리 특별할 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강조한 이유는 그만큼 이 부분이 생활의 기본적인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새는 환율이니 물가상승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식의 얘기도 있다.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같은 국가들을 보라. 적어도 그런 나라들보다 폴란드의 생활비가 나은 건 지금도 명확하지 않은가? 그러면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과 가까이 있다는 점은 여행자의 관점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물론 가까이 있는 나라들끼리 사이가 나쁘다고, 폴란드는 독일과 역사적으로 사이가 안 좋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들이 많다.

내 약간의 무식함을 고백하자면,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독일에 있는 줄 알았다. 그곳이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에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마 한열이라는 친구한테 나한테 퀴퀴한 냄새가 난 적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순간 다음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과거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강제수용소이다. 세계적으로 끔찍한 사건으로 손꼽히는 홀로코스트의 중심지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외에도 지동설을 주창한 사람으로 유명한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딴 코페르니쿠스 박물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생가 옆에 있다는 성 마리아 바실리카 등 상당한 장소들이 폴란드에 존재한다. 물론 그 모든 장소들을 내가 다 방문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역설적으로 폴란드에도 볼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그 밖에 자연환경이 좋다거나, 분위기가 한적하다는 장점도 있긴 하겠지만, 순수히 '폴란드'만의 장점을 생각했을 때 크게 느꼈던 부분은 저 세 가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폴란드랑 별개이지만, 교환학생 신분으로 그곳의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물론 지내다 보면 막상 즐거운 일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이 그 자체로 투리 본인에게 더욱 큰 깨달음과 성장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낯설고 불안하겠지만, 독자들 중에서도 나처럼 새로운 기회에 대한 열망과 추진력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교환학생 꿈나무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글이 조금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 글부터는 교환학생을 위해 내가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들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