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1) 어, 지금이 교환학생 마지막 기회라고?

대학생활의 마지막 도전기

by 흑투리

2024년 2학기! 교환학생, 방문학생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매 학기 초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교환학생 모집글.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포스터, 혹은 대학교의 심심한 게시판을 꾸며주는 종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4년 4월, 우연히 그 포스터를 마주한 3학년 1학기 시절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여태껏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매 학기마다의 모집글이, 그날만큼은 유독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의 외국 생활, 다양한 국적을 지닌 학생들과의 만남, 어학 실력의 자연스러운 향상과 취업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대학생활을 이보다 알차게 보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그날 딱 포스터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대학교에서 수업 외에는 도전해 본 활동들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여태껏 뭐 하다 3학년 되어서야 도전을 시도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한 해명 겸 본인 소개를 짧게 하자면, 나는 약대 입시에 실패한 20학번이다. 먼저 20학번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다들 코로나 학번이라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불행히도 20학번이 바로 그 코로나 학번의 첫 희생양(?)이다. 당시에는 워낙 초기이다 보니, 개강일도 하염없이 늦춰지기만 했었고, 비대면 수업이라는 것도 급하게 시행되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OT나 입학식은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들도 전면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는 19학번 친구한테 종강 파티라는 게 드라마에서나 있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는데, 그때 경악했던 그 친구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음으로 약대 입시이다. 사실 나는 재수를 한 번 했는데, 그 대학도 내가 원하지 않았던 대학이라 한동안 큰 상심에 빠졌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흘러서 적응한 것도 있고, 애초에 내 대학 자체가 괜찮은 편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그나마 어중간한 공부 지식으로 약대 역전 한 번 노리겠다고 휴학까지 해가며 PEET라는 시험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약대 입시까지 실패하면서 내 2학년은 허무하게 지나가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내 대학생활의 절반은 입시 실패와 코로나로 점철된 힘겨운 광야길이었다.




이러다 보니, 나는 입시실패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3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복학을 하니 코로나 분위기는 상당히 풀려있었다. 하지만 고학년이라서 그런가, 도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통기타나 댄스 동아리를 가입했지만 왕초보인 나와는 맞지 않았고, 술자리 동아리도 나랑 안 어울렸다. 그렇게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보니 벌써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자기소개 겸 해명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 얘기를 들으면 누군가는 나한테 동정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상기의 이유로 나는 더더욱 남은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바로 그 순간, 그 간절한 순간 위의 교환학생 모집 포스터가 내 눈에 띈 것이다.




하지만 아뿔싸, 이미 신청기간은 지나가버린 뒤고, 남은 몇몇 개 학교들만 추가모집을 받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심기일전하여 다음 학기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조사해 보니, 막학기는 무조건 본교 캠퍼스에서 마쳐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기회는 4학년 1학기, 한 번밖에 없는 거잖아?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들어가 보니, 교환학생으로 선정되지 못한 학생들도 더러 있는 것 같았다. 즉 경쟁률 높은 교환학생 모집에서 나는 단 한 번에 붙어야 한다.




이걸 알게 되니,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다. 교환학생으로 선정되는 과정 자체부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거니와, 그렇게 노력한다 하더라도 한 번에 붙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붙는다 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과 절차 역시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를 알고 있던 부모님은 취업 준비나 할 것이지 뭐 하러 위험한 외국에 가냐고 허구한 날 잔소리였다. 그럼에도 그 모든 장애물과 어려움을 뚫고, 나는 철저한 준비 끝에 올해(2025학년 1학기) 폴란드 교환학생에 당첨되었다! 1년 가까이 준비한 성과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출국이 확정이니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 준비하는 동안에는 참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학업을 유지하면서 TOEFL 점수를 딸 수 있을까? 면접 때 떨어지면 어떡하지? 교환학생에 선발되어도 출국 전까지 준비 잘할 수 있을까? 별의별 고민들과 유혹이 나를 지치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대로 포기하면 영영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까지 마음을 붙잡았다. 돌이켜보면 글을 쓰는 지금도 교환학생에 지원한 건 정말로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아직 출국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도, 그 과정에서도 참 많은 걸 배웠기 때문이다.




비록 교환학생으로 있는 기간은 한 학기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내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 내어 글을 써 본다. 이 글은 우선 폴란드 교환학생으로 선발되기까지의 과정과 절차를 올린 다음, 본격적인 교환학생 생활 및 폴란드와 주변 국가들의 이모저모를 공유하고자 한다. 혹시나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사람, 유럽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글이 많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