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하며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루어 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 “이라고 밝혔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한겨레, 26-2/27 1면, 이제훈 선임기자)
그의 직업은 ‘North-코리아의 최고 통치자 겸 총 비서관‘이다. 끝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의 말에 집중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 연설에는 반어법이 가득 담겨 있다. 그의 말하기 중 ‘가장 적대적인 실체’라고 한 어휘 속에는 가장 친한 벗과 다툼이 생겨 토라진 감정이 숨어 있다. 그 어구 뒤를 따라붙고 있는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에서는 대화를 하고 싶지만 자신의 집단이 처해 있는 입장과 외로움을 고려해 달라는 뭉클함이 느껴진다. 점점 고조되는 텍스트의 백미는 ’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 말한 구간이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피를 나눈 형제인만큼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처럼 상대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것만 같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의 요새를 지켜달라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한파처럼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폭압과 폭언과 폭력 들로부터 말이다. 그의 분노 섞인 고성은 두려움이 분명하다. 자신의 공포를 숨기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 어쩌면 같은 반 친구인 대한민국의 부유한 2층집이 부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 마음 또한 들통나지 않으려 두둑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기름진 얼굴과 두툼한 복부는 그의 필수 아이템이다. 그리고 지친 기색이나 흐트러진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맞는 완벽한 페르소나를 작동시켜야 한다. 개인적 취향이나 호불호를 핑계로 나이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미지는 곧 체제와 신념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맞닿아 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쟁터 한복판에 나선 것과 다름없다. 지금에 와서 후퇴할 수도 없다. 그는 무조건 승리를 외치며 나아가야 한다.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모든 책임 또한 그의 몫이다. 게다가 그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려는 의지는 100% 차단해야 한다. 그의 편에 있는 용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만한 빌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풍족하고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작은 속삭임조차도 그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 복종을 불러들인다. 그러나 신이 만들었던 동산에도 뱀의 유혹은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