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클리어, <레이디 고다이바> 1898
자유를 잃어 향기는 사라지고
너를 놓쳐 빛을 잃었다.
나는 무척 고단했고 어둠은 친절했다.
어둠은 나를 빛나게 해 주었고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나는 젊음을 버렸고
주권을 분실했고
사랑을 잃었고
진실을 감추었다.
빛은 절망했고 어둠은 승리했다.
나는 그녀를 주의 깊게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삶에 다가가 본 적도 없었다.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공감할만한 인생 여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누리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가졌던 그녀가 내린 결정을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베풀만한 위치에서는 마땅한 결정‘이라고 큰소리쳤다. 경솔하게도 나는 그녀를 기만했고 깨끗한 눈 밭 위에 재를 뿌리는 것처럼 그녀를 조롱했다. 그녀를 제대로 봐온 적도 없었으면서 나는 그녀를 내 방식대로 해석해 버렸다. 나의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력이 그대로 노출 돼버린 셈이다. 그것은 결국 내 안에서 편파적인 힘을 실어주는 데 상당한 힘을 갖게 해 주었을 것이다. 또한 내 존재 이유는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아이히만 식의 악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범죄자 반열에 이미 올라서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단순하고 무감각한 생각에 입각한 편협한 추론으로 말이다. 반성한다. 열심히 반성해 볼 참이다.
이쯤에서 나는 내 진한 열등감을 솎아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상당한 부족감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내 수준은 형편없게 느껴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분류 작업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비교는 습관적으로 스며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타인의 조건 혹은 단순한 에피소드 등에서 볼 수 있는 단면만을 보고 평가해 왔던 비교였다. 그것은 왜곡된 것이 분명하고 쓸모가 전혀 없는 평가지일 뿐이다. 나에게 영양분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느껴온 상대적 박탈감은 가짜였을 테고 그동안 내가 느껴온 것들의 정체가 탄로 난 셈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열등감을 내려놓으면 될 것 같다.
어제까지 내가 주눅 들었던 것들이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 아니겠는가 말이다.
나는 상대보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감각한 사람이라 생각해 왔다. 그래서 늘 조바심이 파도처럼 덮어 불안함에 떨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류 난 체크 리스트일 뿐이라면 내게는 정말 좋은 소식이다.
그녀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유린하고 탈취하고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바로잡을 기회를 찾았고 곧바로 실천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것 같다. 그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방법과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것은 자신을 치장하고 꾸미는 삶이 아니었다. 자신만을 이롭게 하는 편리함과 편안함도 아니었다. 그녀는 폭정과 억압의 틀 안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그들 삶에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선택했고 행동했다.
모든 두려움을 파탄낼 수 있는 지극히 마땅한 자유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