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길을 묻다.>

by avivaya


빈센트 반 고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

나에게 보장된 세상은

고통을 거부하고

양심의 희생이 반복된

불안하고 겁이 가득 담긴

뚜껑 닫힌 유리병 삶.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

삶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세상 한가운데에 발을 담그고 싶다.

사전 약속 없는 무수한 종류의 만남에서

나를 흔드는 감정에 흐느끼며

벅차게 걷고 싶다.


나의 일상은 번거롭고 권태롭다. 분주하기만 할 뿐 변화는 전혀 없다. 오랜 시간 나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심심하고 지루한 삶이 지나치게 나를 억압하고 간섭한다. 그 졸리고 따분한 지배 세력이 내 삶을 송두리째 삼켜 버릴 심산인 것 같다.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하는 방식이 낡고 바래있는 데다가 한 번도 내 한계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나는 새 문제들을 도통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미완성인 채 남겨진 것들은 내게 걱정과 고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불안과 비교와 불만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나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삶의 군더더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불편하고 불쾌한 것들이 삶의 궤도 안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불량 식품인 줄 알면서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주는 것과 같다. 곧 그 아이의 삶은 주저앉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아이처럼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반란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막막하다. 지금까지 지켜온 것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수거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나의 습관과 태도가 그 대상이다. 그것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태반이다. 불안과 두려움이 되는 것들 말이다.

가장 먼저 분리해 내야 하는 것은 나에게 붙박이처럼 고정된 피해 의식이다. 그것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축적된 침전물이다. 인생에 무기력과 불만족을 유발한다.

그래서 매일 나는 입이 나와 있는 것처럼 불만이 일상이 돼 버리는 것이다. 갖고 있을 필요 없는 의식에 나는 집중할 필요 없다. 나는 성공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열등하고 실패하고 실수하는 삶이 내 것이 될 것이라는 가짜 반응은 더 이상 나에게 성공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분리 수순이 필요한 것은 비교 의식 앞에 서성이는 내 모습이다. 매 순간 비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하는 나 자신에게 자주 실망한다. 나는 그것으로 얻어 낼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삶을 한 치도 이롭게 하지 못한다. 그것은 강물 속 비치는 나의 나르시시즘에 불과하다. 나는 내 존재를 비교 속에서 찾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직접 삶이라는 밭에 씨를 뿌리고 다지고 물과 영양분을 적절하게 제공하며 돌보고 가꾸는 사람으로서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삶 자체만으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비교의 일상은 존재의 빛을 지치게 할 뿐이다.

삶은 존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제까지 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존재했었다. 삶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휘청거렸지만 길 위를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처음 보는 길 위에 들어섰다. 반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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