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by avivaya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병든 바쿠스>, 1593

불안한 삶의 손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고문 같은 현실은 나에게 피 토하는 거짓을 바란다.

결국 나는 아무 죄도 없는 과거를 끊임없이 겁탈한다.

나는 양심을 잃었고, 파괴적인 감정에 고용당했고,

가난과 실패의 연속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나의 불안은 언제 끝이 날까? 무한한 양파 껍질인 것만 같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 그리고 또 계속 반복 과거에 해결했던 것 같은데 또다시 나타나는 불안함.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는 불안함의 여진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새 불안들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연속되는 불안으로 나는 초조하고 불행하다. 그 덕에 내 머릿속은 번민과 상념이 수시로 드나든다. 긴 시간을 쓸모없이 버리고 있다.

그중 나에게 있어서 가장 야비한 불안은 후회와 미련이다. 그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음에도 나는 그것에 매달린다.

과거에서 가져온 인간성이 나를 후회에 머물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미련은 버려야 할 습관이 쌓인 탓이다.

그것은 경험이라는 무기가 오히려 현실을 경계하고 두렵게 만들어 놓은 셈이다. 마치 삶을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처럼 말이다. 나는 매일 절벽 위에 서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끔찍한 공포를 겪어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최대치의 위기를 상상하며 고통 속에 머문다. 무서워 주저앉고 어떤 일도 못하겠다 소리친다. 내 입장이 돼 보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 이미 나는 실패자가 돼버린다.

나는 이 끈질긴 저주의 마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녀가 부리는 술수에서 깨어나야 한다. 어제 있었던 부당한 생각과 결과물 들에서 나는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삶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아마도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변질은 시작됐을 터이다. 주체성과 능동성이 상실된 상태에서 시작된 삶은 회피와 두려움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시작이 그랬다. 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것이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누리는 것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초라한 밥상이 너무 부끄럽고 싫었으니까. 그래서 늘 상상했다. 내가 그 사람이 돼 보는 상상. 그것은 상상이 될 수 없다. 망상에 불과하다. 망상은 내가 선택하고 주최할 수 없는 삶이다. 망상은 오랜 시간 나를 휘적거리게 했다.

마치 최면 상태인 것처럼 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으로 살고 있었다.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부정해 버리는 환상 속 인간을 나는 원했던 것 같다. 아직 나는 그 꿈을 버리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실에 적확한 사람이 되어 가고 싶다.

가끔 병이 들고 자주 인생이 불행하게 느껴지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나눌 수 있는 축복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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