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엄마! 오늘도 엄마와 나의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서로 팽팽한 긴장감으로 바라볼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엄마도 나도 다른 먹을거리가 있었으니까. 참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피를 봤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
잘 생각해 보면 배고팠던 엄마에게 잡혀서 도망가려고 몸부림치다 입은 상처들이 나에게 가장 많은 것 같아. 가끔 어디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멍과 물린 자국들이 발견되곤 하니까.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엄마와 사투를 벌이느라 생겼던 것 같거든.
그런데 엄마! 나는 엄마의 먹잇감은 아니야. 알고 있겠지만 나를 노리는 일은 그만둬야 해.
엄마는 내 말이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고 어리둥절하겠지만 엄마가 나에게 보내는 시선과 신호들을 거둬 달라는 뜻이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엄마화 만들려는 수작이잖아!
나에게는 그 수용소 같은 삶이 모욕이고 혐오일 뿐이야. 억압과 강요 게다가 똑같은 옷과 말과 행동. 포로들처럼 말이지. 제발 나를 놔줘요 엄마! 먹잇감으로 갇혀 있는 건 끔찍한 고통일 뿐이니까. 동화책 속 마녀와 거인들이 먹이를 가두고 서서히 공포심을 키우면서 점점 자신들의 존재감은 커져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어쩌면 나도 한참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잡혀서 지금까지 탈옥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정말로 그런 거라면 엄마는 나를 더 이상은 가둘 수 없어. 엄마가 정당하게 사냥해 온 먹잇감도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엄마랑 같이 있는 게 고장 난 시계를 보고 있는 것만 같거든. 현재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게다가 잡생각과 근심에 빠져 있고 목적 실현을 위한 과정과 노력 없는 행운만을 기다리게 되는 내 모습이 수치스럽고 바보 같아. 나는 싫어 그런 인생을 사는 내 모습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 누군가 우연하게 던져 준 고깃덩어리를 덥석 잡아서 먹을 수 있게 되는 운수 좋은 날 같은 건 엄마나 가져!
나는 나의 기쁨과 환희를 위해 살고 싶어요. 그 순간을 마주치기 위해. 나의 불행한 삶을 살아갈 생각이야.
그러니까 나를 잡아 가두지 말고 절벽에서 떨어뜨려 줘요 엄마!.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