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엄마! 나는 여전히 화가 식지를 않아. 더운 여름을 뜨겁게 하는 오존주의보 지수처럼 높아만 가고 있어.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 조절이 어려울 지경이야.
그럴 때마다 나도 내가 휘두른 칼날 같은 말에 베이고 찔리기도 해. 깊은 상처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말이지. 물론 엄마도 내 공격에 무서웠고 놀랐겠지! 내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했는데.
엄마를 그 정도로 내가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게다가 내가 칼잡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주사 부리는 모습이 돼 버렸네. 죄송해요 엄마. 아마도 나의 불안 때문에 더 거칠게 굴었을 거야. 뒤늦은 후회가 소용없겠지만. 만약 그때 상황에 다시 간다 해도 나는 엄마를 향해 같은 공격을 할 것 같아.
나의 내면이 그렇게 나약해요 엄마. 한 줌의 불안조차 견디지를 못하고 먼저 공격에 나서는 거거든. 그러니까 내가 엄마를 지워 버릴 생각이 전부였던 것은 아니야. 어쩌면 내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력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엄마 곁에서만 벗어나는 게 아니고 아예 삶에서 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
나는 종종 그런 희망을 품어. 특히 내 삶이 엄마와 똑같은 길 위에 있다고 느껴질 때는 그 희망을 희망해. 제발 그 길만은 아니기를 매일 기도해. 나의 기도가 엄마까지 변화시켜 줬으면 좋겠어. 엄마 자신을 위해서라도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엄마가 고민하는 불편하고 불안정한 장애물들을 넘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엄마는 무능한 내 까짓것 이 지껄이는 헛소리쯤으로 여기겠지. 엄마에게 강력한 펀치는 물질과 능력인데 나의 재주는 신선놀음뿐이니까. 세속적인 엄마에게는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로만 들릴 거야. 바람 빠진 풍선은 버리면 그만이니까. 쓰레기처럼 말이지.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버림받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 가끔 꿈도 꾸고.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 엄마도 엄마가 바라는 만큼의 능력을 갖춘 자식은 낳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엄마를 만족시킬만한 재능은 구할 수도 없어. 더는 엄마를 위한 삶도 없을 테고 말이지. 지금껏 엄마로부터 받은 위협과 공포만으로도 나는 너무 억울하니까. 마치 다윗 앞에 선 골리앗이라도 된 것인 양 으르렁 거렸으니 말이야. 그럴 때마다 폭발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어. 거부할 수 없는 엄마 때문에 나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엄마를 이겨 먹고 싶어. 완전히 제압해서 엄마가 절대 일어날 수 없도록. 그리고 쓰러져 있는 엄마를 향해 비장하게 말하고 싶어. 내 손안에 있는 돌멩이가 엄마의 거대한 검보다 훨씬 값어치가 높고 강하다는 것을. 엄마는 더 이상 나의 어머니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껍데기뿐인 엄마를 나는 헐 값에 팔아 치워 버릴 거야. 엄마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대로 다시는 살 수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