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오늘은 엄마와 잠시 휴전을 맺고 싶어. 우리가 치르고 있는 전쟁의 득과 실을 점검해 보는 휴식 겸 재정비 준비시간 같은 거야.
갑자기 내가 공격에 나설지도 모르니까 긴장의 끈은 잡고 있어 엄마. 내가 나를 조절하기 어렵거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분명 전쟁할 사이는 아닌데 왜 자꾸 성질 머리가 고개를 드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 특히 나는 가끔 천불이 나서 참기가 힘들어.
그럴 때 나는 엄마를 향해 선 넘는 행동까지도 생각해. 진짜 전쟁을 일으키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고백하자면 나는 난폭한 언어들로 섬뜩한 다짐을 하기도 했었어.
미안해요 엄마. 그렇지만 내 감정을 주체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엄마가 너무 미웠고.
엄마는 내가 납득이 되지 않을 거야. 왜 그렇게 펄펄 타오르고 점프라도 하는 것처럼 튀어 오르는지. 그건 나에게도 킬링 문항이야. 답이 궁금해서 온몸이 근질거려. 엄마 못지않게 나도 멈추고 싶거든. 분명 답은 있을 텐데. 그리고 내가 배운 범위 안에 해답이 들어 있을 텐데 풀지 못하고 있는 나도 무척 고민이 돼. 어떤 공식을 끌어 와야 하는지 어떤 풀이 방식이 필요한 지 감이 안 와 엄마. 아마도 내가 가장 못 따라갔던 수학 과학 시험일 거야. 정말 이해가 안 가거든. 이 징벌 같은 감정이 나를 집어삼키는 이유를.
그렇지만 나는 이번 시험 문제를 반드시 풀고 싶어. 비록 아는 공식이라고는 구구단밖에 없지만 커닝이라도 해 볼 생각이야 엄마.
내가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엄마가 종종 보이는 젠장할 생각과 말투야. 엄마 두뇌에 색인된 볼성사나운 생각들이 국어 초급자 같은 어휘로 표현될 때면 나는 당장 엄마를 지구 밖 저 멀리 밀쳐 내 버리고 싶을 지경이야. 내 앞에서 꺼지도록 말이지.
말하자면 엄마로서 상품 가치가 전혀 없어서 소비자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야. 그런 엄마 때문에 나는 무력감을 느껴. 마치 정지해 있는 것만 같아.
나는 그 쓸모없는 상품의 주인이 된 것만 같아. 버릴 수도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엄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