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이 사라졌다.-
엄마! 오늘은 나와 엄마가 꽤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모녀로서 당연한 사실이고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겠지만 나는 찜찜할 뿐이야. 그것만이 진리라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전혀 달라질 사건은 아니겠지만.
삶마저 닮아가게 될까 봐 너무 걱정이 돼. 내가 엄마처럼 살아간다는 건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연루된 채 수배령이 떨어진 억울한 사건과 같아. 나는 그저 구경만 했을 뿐인데 내가 범인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건 누명을 쓴 것과 같잖아! 나는 죄가 없어!! 나를 엄마처럼 만들지 말아 줘요! 게다가 나는 엄마의 생각과 판단들을 혐오할 뿐만 아니라 유치하고 어리석고 단편적이고 바보 같다 믿기 때문이야. 엄마는 내 생각이 불편하겠지만 내 솔직한 심정은 그래.
그런데 엄마처럼 살게 될 거라는 주술은 정말 참담한 예언이야 나에게는. 나는 진짜 엄마의 눈높이로 삶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거든.
엄마가 바라보는 인생은 나를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게 만드니까. 먹여 주고 입혀 주는 것 외에는 상상할 수 없고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부럽기만 하고 감사와 노력이 자신에게 어떤 힘을 갖게 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한 삶 말이야. 그런 평면적이고 불안정한 삶에 시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아찔해. 그리고 아득하기만 해요 엄마.
내 설레는 희망도 애초부터 무리였고 꼭 필요한 목표에도 나는 이를 수 없는 거였어. 그저 행운에 맡겨진 삶만 가능할 뿐이야. 그것조차 엄마는 용량 초과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는 엄마도 속수무책으로 입은 피해겠지만 그것만으로 내 삶을 얻어터지게 놔둘 수는 없어 엄마! 나에게 가해지는 발길질과 욕설과 협박에서 나는 당당하게 일어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엄마! 나를 공격하는 무리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거세진다 해도 내 뜻대로 일어설 거야 엄마! 엄마처럼 세상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뜻이야. 어린아이로만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 그리고 늘 도움이 필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은 집어치워야 해. 우리 둘 나에게.
엄마! 나는 엄마와 사는 동안 많은 부상을 입었어. 그래서인지 인생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통증이 찾아와. 속도를 내고 싶은데 자주 멈출 수밖에 없게 돼. 그런데다 엄마를 빼닮아서 생각도 어리석고 신체도 낡았어. 최악의 구조물인 셈이지. 내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분명해. 엄마 자신이 365일 필요한 상태여야 하니까. 그리고 존재감과 만족감이 상승할 테니까. 그렇지만 엄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나는 내 뜻대로 성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