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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을 Jun 29. 2024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별을 헤며 #1 일상대여2

별을 헤며

                                                                               

  LA의 근교를 벗어나 몇 시간째 달리고 있다. 조슈아 나무를 보러 가는 길이다. 조슈아는 미국의 남서부 사막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남부와 네바다 주 북쪽의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조슈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에는 사막이 펼쳐져 있다. 소금이 덮인 듯한 허연 바위산을 지나면 또다시 메마른 붉은 흙산이 나타난다. 도로 옆에는 시들해진 풀들이 사막 햇빛에 견뎌내고 있다. 그러한 풍경들이 끝없이 펼쳐져 신기해하고 있던 참인데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바람이다. 5명이 탄 밴을 흔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수많은 바람개비의 터빈을 쉼 없이 돌리고 있다. 풍력단지 군락지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린다.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이곳은 거대한 바람개비 행성이다. 풍력단지를 막 벗어나니 선로 길에서 화물기차가 지나간다. 화물칸의 개수가 족히 40칸은 넘어 보인다. 힘에 부치는지 기관차가 두 대나 연결되어 있다. 신기한 광경에 아이처럼 바라보다 서부를 횡단하는 열차려니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인디언과 총잡이가 기차를 사이에 두고 추격전이 벌어진다.

 

 마침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쭉 뻗은 길 양 옆으로 뾰족한 조슈아 트리가 군락을 이루며 나타난다. 작은 것부터 2미터 정도의 큰 나무도 있다. 잎은 톱니처럼 잘게 갈라져 우리나라의 소나무 잎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 형태는 전혀 다르다. 가까이 가면 가시로 사람을 쏜다는 초야 선인장도 보인다. 초야 선인장이 붉은 꽃을 피웠는지 벌들이 군집처럼 날아다닌다. 선인장 사이로 사막풀도 보인다. 잎이 말라 오그라들었다. 흰 들국화 같은 꽃이 피었는데 꽃잎끝도 말라 있다. 날랐으나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다. 도마뱀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간다. 사진 찍는 관광객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랐는지 새도 덩달아 흩어진다. 하늘은 푸르고 건조한 태양은 뜨겁게 내리쬔다. 우리는 초야 객투스 가든과 해골 모습을 한 스컬 락을 찾았다. 그리고 일몰이 유명하다는 키스 뷰를 찾아 트래킹을 했다. 여기저기 발길 닿는 것 몇 곳을 더 둘러보았다.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이 있다. 한국인 여행객도 만나 인사를 건넸다. 여행은 세계곳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끼리 소통하기 위함이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마음으로 공유한다.

 우리는 이제 숙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해가 지면 가로등도 없고 인터넷도 터지지 않아 사막의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길을 잡았다. 일행 중에 J가 말을 꺼냈다.

 “슈퍼마켓에 가려고 해도 차로 거뜬히 한 시간 이상은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키지?” K가 말을 이었다.

 “홈 스쿨링을 할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때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는 우체통으로 눈길이 갔다. 서로 떨어져 사는 사막이니 저기다 우체통을 모아 놓으면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넣어 주고 주인들이 찾아갈 것이라는 것에 생각을 모았다. 그 모습이 신기해 사진으로 남겼다. 사막은 여행자들에게는 경이로운 곳이나 머무는 자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일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잠시 숙연해졌다.

  

가로등이 없는 사막이니 해가지자 곧바로 어둑해졌다.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찾았다.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선 대문 없는 집이었다. 우리만 묵을 숙소였다. 근처에 다른 집이라곤 없었다. 깊은 밤 짐승이라도 나타날까 겁이 났으나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며 긴장을 풀었다. 밤이 깊어지자,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이 생겼다. 저기 어디쯤에 우리와 같은 나그네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막의 외딴집에서 우리는 모처럼 여정을 풀었다. 그리고 파티를 열었다. LA 한인 마트에서 사 온 돼지고기로 삼겹살 파티를 했다. 한인 마트에서 산 미국 김치도 상에 올리고 손바닥 만한 오이도 접시에 담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쌈장은 밥상의 주인공이었다. 역시 우리는 한국인이었다.

 

 사막에는 오직 우리뿐이었고 하늘에는 은하수가 반짝였다. 북두칠성의 꼬리별을 따라 주인이 매달아 놓은 흔들 그네에 몸을 뉘었다. 한증막 같던 낮의 더위가 얇은 담요를 필요로 할 만큼 온도가 내려갔다. 담요를 끌어당기며 나는 하늘에 비친 별 헤기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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