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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을 Jul 17. 2024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 # 일상대여 2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 

                                                    

  미국 서부 자유여행 중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관람하기 위해 1박 2일의 투어를 신청했다. LA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랜트카로 이동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렌트하기가 번거로워 투어를 신청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도시는 걷거나 버스를 타고 다녔다. 요세미티까지는 거리가 멀어 차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아 투어를 신청한 것이다. 투어는 현지 가이드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는 가이드를 만났다. 

  우리 가족 외에도 20~30대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투어에 함께 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일 텐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기는지 홀로 여행 온 젊은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우리 가족 5명을 포함하니 차가 가득 찼다.

가이드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평상시에는 간호사로 일하는데 성수기에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보고 나서 요세미티의 매력에 빠져 요세미티 전문 가이드가 되었다고 한다. 요세미티를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했다. 한 번은 요세미티의 밤하늘을 보기 위해 야영을 하다가 곰을 맞닥트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일행들은 가는 길에 농산물 마켓에 들러 저녁에 산장에서 먹을 장을 봤다. 우리는 과일을 좀 샀다. 수박과 납작 복숭아를 샀는데 납작 봉숭아는 우리나라 복숭아의 절반 크기 정도였다. 생긴 것과는 딴판으로 상당히 달고 맛있었다. 맛을 본다고 몇 개밖에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랜드 캐니언이 바위와 협곡 웅장함이 돋보이는 반면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나무와 숲, 강과 폭포가 넘친다. 요세미티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불에 탄 나무들이 우리를 맞는다. 나무 묘지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불탄 나무들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은 차마 가슴이 아파 쳐다볼 수가 없다. 나무는 살기 위해 아래를 죽이고 위만 살린다는데 가지 끝에는 초록의 잎이 있고 둥지는 불탄 자국이 시커멓게 남아있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이 화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몇 년 전 큰 불이 났는데 그 흔적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단다. 인간의 실수라고 여기기엔 너무 큰 잘못이다. 어린나무가 다시 이 정도로 자라려면 족히 수백 년은 걸릴 것 같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두가 녹아 없어지고도 남을 시간이다. 오죽하면 산불 감시초소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을까?

  요세미티의 가장 큰 볼거리는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기암절벽들이다. ‘대장 바위’로 불리는 엘캐피탄(El Capitan)은 단연 눈에 띈다. 높이 1,000미터의 거대한 화강암이 수직으로 솟아 있다. 지상 최대의 단일 화강암이라는 엘 캐피탄은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에게는 정복해야 할 지상목표이기도 하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하프돔(Half Dome) 또한 요세미티의 명물이자 암벽 등반가들의 도전 대상이다. 이외에도 계곡 남서쪽에 전망대처럼 우뚝 솟은 보초 바위(Sentinel Rock), 성당 종탑을 연상시키는 종탑 바위(Cathedral Rocks), 사람, 물고기, 산짐승, 새 등의 형상을 볼 수 있는 절벽의 만물상 등 흥미로운 바위들이 많다. 우리는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을 실지로 보았다. 엘캐피탄을 끝까지 오르려면 3일이 걸린다고 한다. 실지로 암벽 등반가들은 암벽에 매달려 먹고 자고 도전한다고 한다. 그렇게 3일 동안 암벽에 매달아 놓은 장비에 의지한 채 정상에 오른다. 요세미티는 실제 암벽등반을 하다가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같아 우러러보게 된다. 그들의 도전 정신은 또 다른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요세미티에는 수많은 폭포가 있다. 요세미티를 대표하는 가장 긴 폭포도 있고 면사포 같은 폭포도 있다. 나는 면사포 폭포 앞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하얀 물방울을 보았다. 가까이서 보는 폭포는 거대하고 웅장하며 물소리 또한 우렁차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멀리서도 구름처럼 날라 오는데 순식간에 얼굴과 옷을 적신다. 폭포는 사막을 달려온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렸고 나의 여행의 피로도 말끔히 털어냈다. 나는 그간의 피로를 폭포 속에 던져 넣을 요량으로 한참 동안 폭포에서 물방울을 맞았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요세미티 근처에 있는 산장으로 돌아왔다. 산장 주인이 한국인이라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라며 스테이크와 채소를 내어왔다. 우리는 젊은 여행객들과 담소를 나누며 와인을 마셨다. 낮에 산 수박을 먹으며 와인잔이 오고 갔다. 이곳저곳 다녀온 여행지의 소식을 나누며 남은 여정들에 행운을 빌었다. 나는 그 밤을 또 다른 여행객들,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추억을 쌓았다. 

  이제 우리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위하여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다리 위에서 누군가 Scott Mckenzie의 ‘San Francisco’라는 노래를 틀었다. 붉은색의 금문교를 바라보며 벅찬 눈물을 흘렸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잊지 말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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