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미국여행 일상대여2 # 별의 길
별의 길
우주에서 별의 길을 따라 춤을 추는 모습은 영화 ‘라라랜드’에서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 중의 하나이다. 나는 라라랜드의 촬영지이기도 한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천문대를 찾았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LA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별에서 보면 가장 가까운 지구인 듯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오른쪽으로는 할리우드 간판까지 볼 수 있어 탁 트인 시야가 마치 내가 우주 속 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오히려 낮보다 밤에 사람들로 붐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은 별의 도시인 LA 야경을 보러 발 디딜 틈이 없다. 천문대 입구에는 유명한 천문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중에는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동상도 있다. 아마도 할리우드의 상징인 ‘꿈과 도전’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나는 별의 시간으로는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일지 모르지만 50여 년이나 걸려 이곳에 도착했다. 50이라는 숫자는 내 꿈의 크기만큼이나 간절함이 담겨있다. 백색의 건물과 세 개의 지붕 돔을 보는 순간 나는 마치 내 꿈을 다 이룬 듯 별의 길을 걷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나는 별을 좋아하지만, 영화도 좋아한다. 별과 영화는 국어와 수학처럼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꿈’이라는 의미에서는 서로 같은 의미를 담는다. 꿈은 별처럼 멀리 있지만 도전의 대상이고 이상 같은 현실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는 이곳 천체 투영관에서 춤을 추며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서로의 꿈을 위해 헤어지게 되는데, 처음에는 왜 헤어질 수밖에 없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으나 별의 먼지처럼 부서질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 먼지들은 새로운 별로 다시 탄생해 사랑이 될 수 있고 꿈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임을 영화는 말하려 한다.
나는 이곳 천문대에서 진짜 별을 관찰했다. 2층 공공 천체 망원경 앞에서 길게 줄을 섰는데 1시간이나 넘게 기다렸다. 그리고는 광학 렌즈를 통해 진짜별을 보았다. 별은 새끼손톱만큼이나 작고 희미했지만 나는 수억 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안다. 천문학자들은 저 별을 보고 꿈을 꾸며 탐구할 것이다. 자신의 분신인 양 매일 밤낮으로 애무할 것이다. 1층에는 진자를 비롯한 테슬라 코일도 있다. 나는 전시해 놓은 화학기호와 암석들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구에 없는 우주 물질 암석은 우주먼지의 결정체이다. 처음으로 만져 본 우주 물질 암석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게 느껴졌다. 저 많은 화학기호 들 중에는 별의 원소가 있다. 별의 원소 중 일부는 생명의 원소이기도 하다. 그 원소들의 작은 결합체인 ‘나’는 또 하나의 원소로서 이곳에서는 모두 같은 별로 통한다. 우주나 은하, 태양계와 지구, 인간과 생명의 기본 원소는 화학기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수소와 헬륨으로 우주가 탄생했으며, 그것의 먼지들이 수억 년 수십 광년을 거쳐 생명을 만들었다. 물과 바다 나무와 새도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소와 산소는 인간을 만들었고, 더 많은 화학 원소들은 피부를 만들었다. 그 신비로운 화학기호들을 보는데 나는 시간이 깊어지는 줄 몰랐다.
함께 간 일행들이 관람을 마치고 잔디밭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도, 나의 걸음은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는 최초의 달 탐사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대공황 시절, 우주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시위가 있었던 그 시절, 그러함에도 오늘이 있는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대부호 그리피스는 자신의 전 재산을 LA에 기부하며 ‘내가 번영해 온 공동체에 대한 의무로 기부한다’라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오늘날의 그리피스 천문대가 무료 관람이 가능한 것도 그리피스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별의 길을 따라 쉬지 않고 노력한 덕분이다. 그 길에 영화 ‘라라랜드’도 한몫을 했다. 영화 촬영지가 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피스 천문대를 찾게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추억을 담는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LA 시내의 불빛들이 저마다 꿈을 꾸며 피어올랐다. 나 또한 그 속에 머물며 하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