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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을 Aug 06. 2024

지구의 마지막 밤

일상대여2 # 라스베이거스에서

지구의 마지막 밤


                                                                         


 


  다음날 우리는 ‘오쇼’를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미국 서부 여행 중 3일째 되는 날이다. 사막 위에 세워진 오아시스 라스베이거스에 발을 딛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이자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는 우리가 지나온 조슈아 트리 사막지대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라스베이거스 근교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어제도 햄버거를 먹었었는데 오늘도 햄버거가 점심 메뉴다. 어제는 조슈아 트리로 가는 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했다던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먹었는데 오늘은 인 엔 아웃(In-N-Out)에서 또 다른 햄버거를 샀다. 우리는 미국의 3대 햄버거를 모두 맛보고 있는 셈이다.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보다 인 엔 아웃 버거가 바싹하니 입맛에 맞았다. 이제는 햄버거 맛도 구분하게 될 정도로 현지인이 다됐다며 일행 중에 한 명이 농담을 던졌다. 한국에서는 별미로 먹던 햄버거가 여기서는 하루에 1회 주식으로 먹고 있다. 질리지 않고 먹을 만하다. 미국의 음식들이 동남아시아나 유럽의 음식들보다 오히려 한국 입맛에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미국 문화가 우리나라에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전날 본 사막과는 정반대였다. 사막의 황량한 삶을 걱정하던 일행이 라스베이거스의 도시를 보자 모세의 기적 같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는 밤이 되자 사막의 온도 이상으로 뜨거웠다. 벨라지오의 분수 쇼, 파리의 에펠탑을 옮겨 놓은 듯한 불빛, 거리의 공연, 화려한 옷차림, 호텔 입구를 가득 메운 카지노,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 놀이 기구, 음식점 등. 라스베이거스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마치 지구의 마지막 밤이 오늘인 듯 웃음과 열정과 정열과 화려함이 넘쳐났다.


  처음 호텔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호텔 로비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 헤맸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로비는 카지노를 하는 도박장이 최전방에 있고 한쪽 옆이 호텔 로비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우리는 몇 번이나 캐리어를 끌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결국 벨보이에게 물어서 입구를 찾았다. 나는 1달러의 지폐를 가지고 게임에 도전해 보았는데 순식간에 기계는 내 돈을 삼켜 버렸다. 게임 규칙도 알지 못한 채 달러가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벨라지오 호텔에서 공연되는 쇼를 보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쇼를 보기 위해서는 단정한 옷을 입고 가야 한다고 해 준비해 온 옷이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에 묻혀 그저 그런 옷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세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옷차림도 다르고 옷 입은 모양새도 달라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옷은 그저 생각을 입는 것이라 여기며 은근슬쩍 얼어있는 자신을 탓해 보았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서커스 쇼 ‘오쇼’를 보러 숙소를 나섰다. 오쇼는 이 도시의 유명한 3대 쇼 중 하나로 물을 주체로 한 태양의 서커스단 공연이다. 쇼는 벨라지오 호텔의 극장에서 펼쳐졌는데 ‘오쇼’를 보기 위해 들른 호텔 또한 볼거리 중의 하나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각자의 이미지에 맞게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꽃으로 장식한 호텔도 있고 놀이동산처럼 테마로 꾸며놓은 호텔도 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파리의 에펠탑을 모티브로 해 장식한 파리스 호텔이다. 한마디로 개성과 특이함의 극치다. 미국에서 가장 큰 관광도시 중의 하나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 호텔 10개 중 6개가 라스베이거스에 있다고 하니 그 화려함이야 오죽하겠는가. 소득세와 법인세가 없어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몰리고 있다고 하니 라스베이거스는 어쩌면 관광업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옷과 관계된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우리는 호텔 1층 극장에서 ‘오쇼’를 관람했다. 쇼는 공연 내내 흐르는 음악과 함께 펼쳐졌는데 그야말로 경이로움과 놀라움의 극치였다. 연기자들은 우아한 음악에 맞춰 백조처럼 춤을 추거나 묘기를 보이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되어 펼쳐졌는데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어 있다. 연기를 끝낸 주인공들은 물속으로 사라져 퇴장하는데 그것이 아주 기발하고 특별했다. 그 연출력은 올림픽 축하 무대처럼 웅장하고 대단했다. 왜 이 먼 곳 라스베이거스에서 ‘오쇼’를 보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오쇼’가 끝난 후 분수 쇼를 보러 갔다.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수 쇼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불빛 속에서 물줄기들은 춤을 추었다. 거리에는 버스 킹 공연들이 여기저기 이어졌고, 나는 사람들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잊었다. 현재도 잊고 미래도 잊고 과거도 지운 채 라스베이거스의 불빛에 젖어들었다. 휴식은 낮 선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는 순간에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구의 마지막 밤처럼 여행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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