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사랑

픽션 6

by 푸른 노을

#6 질투



테리의 질투를 기대하며 남자들에게 말을 붙이던 니나는 스스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남자와 대화를 이어간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특유의 상아 뿔 목걸이가 달랑거린다. 짧은 머리에 흰색 점퍼를 입었다. 여행복장치고는 세련되었다.

"상아 목걸이가 특이하네요. 만져 봐도 돼요?"

"네. 인도 여행을 할 때 코뿔소를 한 마리 떼려 잡고 만들었어요."

" 아하! 참 재미있으시네. 코뿔소가 잡힐 때까지 가만히 있던가 봐요? 하긴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니 코뿔소쯤이야 맨손으로도 떼려 잡겠죠. 그나저나 잘 어울리십니다. 남자가 목걸이를 잘 안 하는데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여행 온다고 멋을 부려 본 거죠. 낮에 시장에서 사원 앞에서 팔찌도 하나 샀습니다. 여행에서는 이런 액세서리가 소소한 재미를 더하죠. 그나저나 어디서 오셨어요?"

"아, 네~ 한국요."

"허허, 참. 여기 한국에서 안온 사람도 있나요?"

"아, 그렇군요. 흐흐. 대구에서 왔습니다. 함께 버스에 탔던 일행 중에는 캐나다에서 오신 분도 계시던데요. 이민 가셨다가 한국에 와 친구와 여행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서울대 의대 학생들도 남학생 네 명이나 보이더라고요."

" 여학생 두 명은 세무사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하던데. 다들 엘리트들만 여행을 오나 봅니다."


니나가 다시 말을 잇는다. "별말씀을~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그럼요. 자연인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요즘 한국에도 자연인이 대세잖아요. 도시에서 벗어나 산에서 불을 지펴 밥도 하고 티브이 채널마다 인기가 많을걸요. 티브이 보면 우리도 힐링되잖아요. 자연을 향한 여행은 그러스 것인가 봅니다."

"맞네요. 자연, 힐링, 고생, 체험 이런 것들이 여행의 묘미죠. 어제저녁 별 보셨어요?"

"아쉽게도 못 봤습니다."

"저는 밤 2시에 일어나 별을 보았는데 은하수도 보이더라고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별이 주먹만 했어요. 하늘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기분이라 조금만 높이 뛰면 닿을 것 같았어요. 몽골여행은 별과 게르체험이 다라는 말이 실감 납더라고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체험이죠."

"맞습니다. 여행을 잘 온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테리가 눈치를 보며 끼어든다. 니나는 관심 없는 척 무시하며 지구를 지키는 사람과 대화를 계속한다.


때마침 게르 관리인이 문을 두드린다. 오늘저녁은 제법 쌀쌀해 게르에 난로를 피워야 한다고 말한다. 함께 온 가이드가 통역하며 사라진다. 니나는 열쇠가 자신에게 있다며 관리인을 데리고 자신의 게르로 향한다. 혹시라도 테리가 뒤따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이내 마음을 접는다. 니나의 친구들이 테리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니나는 게르에서 혼자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본다. 석탄을 넣고 타오르는 난로옆에 앉자 게르를 가득 채운 소똥말똥 냄새들이 점차 옅어진다. 마치 자신의 감정처럼 역겹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가 와락 눈물이 쏟아진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낮에 찍은 사진을 꺼내본다. 단체카톡에 올라온 그가 찍어준 단체 사진들을 보자 그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자기 사진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희미한 불빛에 몇자 끄적인다.





아무래도 사랑은 난로의 불처럼 타버릴 것만 같다. 몽골에 사랑을 버려두고 가야 할까?...

해가 늦게 진다. 노을이 예쁘다. 가이드는 밤 11시쯤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새벽 2시가 되어야 별을 볼 수 있다. 해가 빨리 뜬다. 하루가 무척이나 길다. 낮 12시에 점심을 먹고 저녁 10시에 저녁을 먹었다. 끝이 없는 초원이다. 6시간이나 차로 달려도 똑같은 풍경이다. 말, 소, 양, 낙타, 양 떼들 동물들의 세상이다. 초원에는 나무가 없다. 고원지대라 풀이 길게 자라지 않는다. 비도 적게 오고 땅이 물을 머금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어서 일 것이다. 밀 농사를 짓는다. 채소나 과일이 부족하다. 고기가 많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몽골 사람들은 배가 나온 것 같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피부가 흰 사람들도 있다. 한국사람인지 몽골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때도 있다. 몽고반점의 시작이 몽골이라면 한국인의 조상은 몽골인 이 맞는 듯하다. 건물들이 낡았다. 나라에서 장기 임대해 주는 건물이기 때문인지 보수 공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국도보다 열악하다. 차는 사람이 있어도 쌩쌩 달린다. 한국처럼 사람이 우선이 아닌 것 같다. 몽골은 세차장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도로이다. 길이 많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교통표지판이나 안내판이 잘 없다...


몽골에는 사랑도 이탈한다. 헤어지기 딱 좋은 장소가 몽골인가? 이제 끝내야 하나? 더 이상의 상처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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