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대여 02화

우리 동네 홍반장

by 푸른 노을

드라마 '겟마을 차차차'에 나오는 홍반장이 우리 동네에도 한 명 있다. '우리 동네 홍반장'이 샤워를 한다. 9월의 초입이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았는지 찬물로 몸을 식히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받으세요"

"전화받으세요"

휴대폰 알림음이다. 급히 몸을 닦은 홍반장은 영어로 쉘라쉘라 전화를 받는다. 저녁 10시 30분이다.

'이 밤중에 누가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것일까?'

외국인과 통화를 하는 것 같은데 귀를 쫑긋 세워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급하게 전화를 끊은 홍반장이 이번에는 또다시 전화를 건다. 겨우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던 수건 한 장이 툭 떨어진다.

"119죠~ oo 아파트 103동 oo에 외국인이 쓰러졌습니다"

침대에서 쓰러진 외국인이 머리에 피가 나고 정신도 온전치 못하다며 119가 와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119는 외국인이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묻고 홍반장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119는 통역을 부탁했고 홍반장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는데 약간의 소통은 가능하다며 얼버무린다. 그러면서 자신도 가보겠다고 한다. 그리곤 전화를 해 119가 곧 도착할 테니 안심하라며 외국인부인을 안심시킨다.

다급하게 옷을 입으며 외출 준비를 하는 홍반장에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얼마 전 수도를 고쳐 주어 친구처럼 지내던 외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쓰러졌다는 것이다. 경황 중에 자신이 생각나 전화한 것 같다며 아마도 한국에서 119 부르는 것이 어렵고 한국말이 서툴다 보니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겠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홍반장은 동네에서 제법 유명하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을 도와준다. 싱크대를 고치러 갔다가 쌀포대를 부엌으로 옮겨 주기도 하고, 그림 액자를 달기 위해 못질할 일이 생기면 말 한해도 걸어주고 온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부담 없이 홍반장을 찾는다.

홍반장은 성이 '홍'인 남편을 외국인이 부르며 생긴 별명이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 애태우던 것을 홍반장이 고쳐 주었는데 고장 난 부분을 영어로 설명까지 해줘 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영어로 문자까지 안부로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홍반장은 평소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그는 영어 단어 공부를 하는데 그럴 때면 서로가 방해된다며 옥신각신한다. 나는 ‘겟마을 차차차’ 같은 드라마를 보는데 시끄러워 들리지 않으니 짜증을 내기 일쑤고, 그는 영어 공부는 하지 않고 쓸데없는 드라마만 본다며 나무란다. 그러한 그가 지금도 대화 시 적절한 단어가 떠 오르지 않았다며 영어 단어를 찾고 있다.

홍반장이 외국인을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후송했는지 집으로 돌아온다. 나 역시 걱정되던 차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는 예상대로 119를 향해 외국인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병원을 따라나서는 부인에게도 옷이며 신발이며 결재카드까지 챙겨가야 한다고 영어로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외국인은 홍반장이 자신의 부부를 구했다며

" He saves us."라며 반목해 말했다 한다.

홍반장이 영어공부를 해 외국인을 도와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번 일로 나에게도 영어 공부를 강요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나는 아직 영어 공부 보다 드라마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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