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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Oct 02. 2023

감자튀김 먹다가 이 빠졌네

평온한 주말을 보내고 싶었는데

매주 금요일이 되면 일에 집중이 되지 않다 보니, 일찍 집으로 도망가면서 속으로 주말에 와서 여유롭게 할 일들을 해보자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토요일이 되면 뭉그적거리기 일쑤이다. 마침 진이 같이 운동을 가자고 연락이 와서 고민을 하다가 오전 운동을 가게 되었다. 진이 다니는 헬스장의 게스트로 등록해서 6번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신분증 확인을 매번 하기 때문에 신분증을 꼭 가져가야 한다. 어차피 매일 운전하고 다니다 보니 ID를 가지고 다니지만, 헬스장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걸 보면 의외로 참 꼼꼼하다. 

사람들을 피해서 간신히 사진 하나 찍었다.

토요일 오전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미국 아재들을 보면 나이가 있음에도 몸이 장난 아닌 분들이 계시다 보니 옆에서 운동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학교 짐의 경우에는 더더욱 몸 좋은 애들이 웨이트 할 수 있는 곳을 점령하다시피 하다 보니,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아우라와 부담이 있다. 다행히 텍사스의 미국 인디언 형들과 엉덩이 운동 마스터 누나들과 운동을 했었던 나에게 있어서 부담 없이 웨이트 존에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헬스인들의 암묵적 룰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로 기구 사용을 같이 하며 짐 메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 좀 하겠는데?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와서 "같이 기구 셰어해도 될까?"라며 물어보고 같이 운동을 하며 짐 메이트가 되곤 한다. 여기서는 같이 하는 친구들이 매번 있다 보니 아직까지 짐 메이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텍사스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많은 짐 메이트들이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심신이 건강한 상태이다 보니, 좋은 친구들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패션 고자인 나도 절대 안 사 입을 거 같은 옷이다.

나 역시도 운동하면서 만난 친구들의 경우에도 성실하고 착한 친구들이 많았다. 다만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에 진심인 친구들인지라, 같이 운동하다가 어깨 근육이 다쳤을 때, "자 이제 시작이야."라고 외치며 얼음 봉지를 구해와 내 어깨에 대면서 더 하라고 하거나, 오늘 엉덩이 운동이 대박 잘 되었다면 엉덩이를 매번 만져보라며 내 엉덩이를 만지는 무서운 누나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한국이었으면, 성추행과 성희롱 감인데, 미국에서는 솔직히 친한 친구라면 별 일이 아니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들은 법조인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의 미국 남부 지역의 친구들은 친하면 허그랑 볼뽀뽀도 하며, 미국은 음식을 셰어 하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친한 친구 중에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아무튼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범퍼가 없는 구형 벤츠

라이언, 진과 함께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전날에 해놨던 카레에 삼겹살이 남았길래 간장 소스로 양념을 해보았다. 매주 무슨 요리를 해줄까 생각하는 게 나의 행복한 고민거리 중 하나다. 다행히도 맛있게 먹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부터 장난으로 "네 세대에는 더 이상 와이프가 밥을 챙겨주지 않아."라고 하셨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하며 오랜 장기 유학 생활의 생존을 위해서 요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요리는 만들어서 나눠 먹곤 한다. 카레를 좋아하는 중국 친구에게도 사무실 가는 길에 가져다주었더니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먹는 카레, 토마토 넣으면 맛있다.

밥을 먹고 사무실에서 할 일을 조금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주말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허탈하기도 하다. 그래도 시간적으로 유연하게 일과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집에 가는 길에 감자빵과 인사를 하고 간다. 애들도 귀여워서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지만, 그냥 귀찮아서 한국에서 가져왔다고만 말한다.

안녕, 감자빵

감자빵하고 인사하고 집에 오니 허기진 마음에 감자튀김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괜히 감자튀김 나눠먹겠다고 진한테 물어본 게 사단이었다. 감자튀김을 먹겠다고 해서 에어프라이기에 돌려 새로 가져다주고 나도 방에 와서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한테 메시지가 왔다. "감자튀김이 크리스피 하네, 고마워!"라며 이가 부러진 사진을 보냈다.

이가 부러져버렸다.

에어 프라이기에 돌렸더니 감자튀김이 꽤 크리스피 했는데, 게임하면서 신경 쓰지 않고 앞니로 먹다가 부러진 것 같았다. 나보고 괜찮다며 웃으면서 양념 감자튀김 맛있더라라고 말해주는데,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괜히 밤에 혼자만 먹을걸 싶었다. 앞니가 부러진 그의 모습은 갱스터 같았다. 치과 예약해서 가본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는 밤이었다. 내일은 가서 수프라도 끓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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