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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하나가 바꾼 세상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감동

by 해피뮤즈

지난 4월 4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탄핵 선고문을 읽던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인물의 영향력이 함께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김장하 선생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신은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한 소도시 한약방 약사였던 김장하 선생의 이 가르침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국가의 중대한 결정에 깃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른 김장하》는 단순한 기부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선한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사회 전체에 울림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지역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묵묵히 손을 내밀었고, 그 중 한 명이었던 문형배 학생은 훗날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김장하 선생의 겸손함입니다. "큰 사람이 되지 못해 송구하다"는 제자의 말에 "줬으면 그만이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이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라고 답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그의 선행에는 조건도, 보상에 대한 기대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한 영향력'의 힘입니다. 누군가의 작은 선행이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그 사람은 또다시 다른 이에게 그 선함을 흘려보냅니다. 문형배 재판관이 김장하 선생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듯이, 선한 영향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 선한 사마리아인: 반 고흐가 그린 무조건적 사랑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선한 사마리아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그림은 예수의 비유를 시각화한 작품으로, 강도를 만나 죽음 직전에 놓인 나그네를 아무런 조건 없이 돕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서로 교류하지 않던 적대적 관계였지만, 이 사마리아인은 민족과 종교의 장벽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반 고흐의 붓 터치가 표현한 따뜻한 황금빛 색조는 인간 선의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그림 속 두 인물의 깊은 연결성은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돌봄과 배려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마치 김장하 선생이 지역의 아이들에게 기대 없이 베풀었던 것처럼, 그림 속 사마리아인은 전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행동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반 고흐가 이 작품을 다른 화가의 그림을 재해석해 그렸다는 사실입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반 고흐의 재해석은, 마치 김장하 선생의 선행이 문형배 재판관을 통해 새롭게 표현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선한 영향력이 시대를 넘어 새로운 형태로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런 진정한 어른들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조용히 헌신하며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사람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각자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반 고흐의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계와 조건을 넘어선 순수한 나눔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오늘 저녁, 《어른 김장하》를 보며 우리 사회의 참된 선순환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 자신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선순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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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반 고흐의 선한 사마리아인, 오른쪽이 들라크루아의 선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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