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거대한 제국이었다. 지구상 육지의 25%가 그들의 땅이었다.
동쪽 끝 팔레스타인에서 육로로 수도 로마까지 가는 데는 여름에는 2달, 겨울에는 3달이 걸렸다.
그것도 전체 영토의 절반일 뿐이었다. 전체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싶으면 그 2배를 계산해야 한다.
광활한 땅을 어떻게 하나로 묶었을까? 전쟁을 통해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400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로마인들은 쉼 없이 전쟁을 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은 늘 전쟁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호전적인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다. 믿기 힘들지만 그들은 절대로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의 종교법은 다른 민족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침략을 당했을 때 반격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조건을 달았다. 반격하기 전에 반드시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략자를 설득해 사과를 받거나 배상을 받아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그것이 실패했을 때만 반격할 수 있었다.
반격에도 조건이 있었다. 돌발 기습은 안 된다.
항상 정정당당하게 선전포고하고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참! 대단히 신사적인 사람들이다.
그 정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전쟁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았으니 로마제국이 있는 것이지만.
자신들의 종교법을 그러했으므로 로마인들은 전쟁에 나갈 때 항상 당당하고 떳떳했다.
자신들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승리가 정당방위에 대한 보상이며
깊은 신앙심에 대한 축복이라고 믿었다.
로마인들의 이러한 태도를 학자들은 ‘방어적 제국주의’라고 부른다.
BC 250년 로마공화국은 지중해 무역 강국이었던 카르타고와 부딪혔다.
120년 동안 3차에 걸쳐 싸웠다. 세계사에서 꼭 외워야 하는 ‘포에니 전쟁’이다.
그런데 싸움을 시작한 것은 로마가 아니라 카르타고였다.
로마는 카르타고의 공격을 받고 원병을 청하는 시칠리아 사람들을 도와주었을 뿐이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와 승리했지만 잠깐이었다. 로마는 세 번 전쟁에서 모두 승리했다.
로마는 그리스-마케도니아와도 전쟁을 했다.
로마가 두려워 카르타고와 연합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3차에 걸친 전쟁이었다.
마케도니아는 카르타고 보다 먼저 항복했다. 그리스와 터키 땅이 로마 영토가 되었다.
“로마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너의 운명이다. 잊지 말라.”
로마인들은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외치는 말의 뜻을 드디어 깨달았다.
전쟁이 시작했을 때 3만이었던 군 병력이 4배로 늘어나 12만이 되어 있었다.
로마인들은 방어만 하라는 자신들의 종교법을 철저하게 지켰다.
다만 항상 그렇듯 법이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외부 공격에도 반격을 미리 할 수 있었다.
카이사르는 라인강 서부 갈리아 즉 현재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땅으로 출정하면서
예방적 차원의 방어라고 주장했다. 갈리아에 사는 사나운 켈트인이 로마로 쳐들어올 수 있으니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마의 신들은 관대하게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승리를 안겨 주었다.
법이란 그런 것이다. 공격을 방어로 만들고 싶어 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법은 항상 자신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유연하고 친절한 여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