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3-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불러도 불러도 싫지 않고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옛 생각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볼게.
엄마가 마시던 막걸리,
내가 먹고 싶어 했던 고구마.
엄마는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에 막걸리 한 잔 하셨고,
내가 해 달라던 고구마는 쪄 주지 못하셨지.
나는 고모네 가서 고구마를 많이 먹고 왔었잖아.
4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말이야.
어딜 가나 자갈밭에, 차 한 대 지나가면 먼지가 너무 날렸어요.
먼지 날리던 그 거리,
4킬로미터가 아니라 40킬로미터를 걸어도 괜찮으니
엄마한테 막걸리 한 잔 따라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구마 쪄 달라고 하지 않을게.
그냥,
엄마 드시고 싶어 하는 막걸리 잔 받으러 오시면 안 될까?
엄마,
계신 그곳에서도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있어요?
황토 길에 깨끗한 한복을 입고 가는 엄마 꿈을 꾸는 걸 보면
좋은 곳에서 시원하게 한 잔 하고 계실 거예요.
엄마 마음 편하게 살아.
엄마의 수고, 잊지 않을게.
안녕히 잘 계세요.
#3-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따르릉 따르릉.
낮에 전화하시는 일이 거의 없는 어머님의 성함이 휴대폰에 뜨는 걸 보고 놀라서 전화를 받았어요.
“세연아, 아빠가 광주에서 고구마 사오셨는데, 정말 맛있다! 보내줄까?”
“고구마요? 제가 여기서 사서 먹으면 돼요.”
“세연아, 이 고구마는 여태 먹던 거랑 다르다. 아주 달고 맛있어!”
“그래요? 그럼 보내주시면 잘 먹겠습니다.”
이틀 후 택배 상자가 도착했어요. 무려 250km를 날아서요.
묵직한 상자 안에는 보기에도 군침 도는, 자주 빛색이 선명하고 동글동글 도원이 주먹만 한 고구마가 한 가득 들어있었지요. 평소 고구마를 워낙 좋아하는 저였기에, 어떤 맛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애기 손 씻기듯, 뽀득뽀득 씻어서 군고구마가 어서 익기를 기다렸어요.
삐익!
고구마가 다 있었다는 소리에 뜨거운 고구마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가며 껍질을 깠어요. 노오란 속살에 분이 포실포실 올라와 한 입 깨물었는데 달콤함이 입안에 파도처럼 한가득 부서졌지요.
“앗 뜨거! 앗 뜨거!”를 외치면서도 그 자리에 선 채로 고구마 하나를 다 먹고서야 제정신이 들어 어머님께 전화드렸어요.
“어머님, 고구마 진짜 맛있어요. 정말 잘 먹겠습니다!”
“그려. 네가 맛있다고 하니 좋다. 다 먹고 또 말혀. 또 보내줄게!”
지금 어머님 글을 읽고 나니 어머님께서 보내 주신 건 고구마가 아니고 사랑이었네요. 고구마 보면서 옛 생각에 눈물을 삼켰을 어머님, 저에게 고구마 선물을 보내주실 생각에 기쁜 마음 가득이셨을 어머님, 제 전화에 씨익 미소 지으셨을 어머님을 떠올려 봅니다.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
불러도 불러도 싫지 않고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님,
다음엔 제가 맛있는 고구마랑 막걸리 한 잔 들고 어머님께 갈게요.
어머님의 어머니와 건배는 아주, 많이, 정말, 늦게 하시고 저랑 건배해요.
어머님이, 하늘나라 계시는 어머니께서 마음 편히 지내셨음 하듯,
저도 어머님이 몸도 마음도 편하게, 아주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의 수고와 헌신, 희생, 성실함도 제가 기억할게요.
항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