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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Oct 13. 2022

02.더 좋은 일 많을 게야

#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2-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엄마,

오늘은 익산 원광대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약 처방받아서 왔어요.

교수님이 건강관리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셨어.

“이 날 이때까지 신랑이 약을 한 번도 안 빠지고 잘 챙겨줘서 그래요.” 답했지.

차 타고 집으로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가게 일에 집착을 하고 살까.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을.’

둘째 며느리가 저보고 그러대요. 

어머님이 열심히 일을 하시니 자신도 더 열심히 살게 된다고요. 

그 말 듣고 눈물이 났어요.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시간 30분,

5시간 30분,

13시간 30분.

세 번의 대수술을 치르고도 잘 살고 있어요.

“자네가 마음이 좋으니까 어려운 고비 잘 넘긴 거야. 나중에는 더 좋은 일 많을 게야.” 

가게 단골들이 말해요. 

하나님, 부처님께 늘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차를 타고 어디 다녀오는 날이면 힘이 쭉 빠져요.

옆에서 김 서방이 글 다 썼냐고 물어보네요. 

오늘은 그만 쓸게요. 



#2-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나는 정현이 아빠 똥도 아까워서 못 버려.’

결혼 전, 어머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이 저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푸릇푸릇한 산으로 둘러 쌓인 절, 솜털처럼 가벼운 바람이 부는 곳에서 어머님을 처음 만났었지요. 좋은 말씀들 참 많이 해주셨었는데, 어머님 그거 아세요? 바로 저 말씀 덕분에 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거. 


     

보통 나이가 든 노부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으이구, 내가 저 인간 때문에 못 살아!!” 라며 남편을 흘겨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데,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면 그 사람의 똥도 아까워 못 버린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한참 했어요. 결혼 후에도 남편이랑 싸우거나, 사이가 안 좋을 때 가끔 저 말씀이 떠올라요. ‘그래 나도 살다 보면 저 인간, 똥도 아까워서 못 버릴 날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고 풀어지곤 했어요.    


  

어머님은 의사 선생님 칭찬에도 우리 아버님 덕이라고 말씀하시네요. 대수술을 3번씩이나 하셨으면, 사람에게도 지치고, 일에도 지쳐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드실 만도 한데, 우리 어머님은 그때마다 날마다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하루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뒤섞여 뽁짝 뽁짝 거리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 어머님은 도대체 어떻게 사신 걸까? 젊으셨을 때는 하루도 쉬지 않고 장사를 하고, 이제 좀 쉬실 만도 한데, 아픈 몸을 이끌고 가게를 지키러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저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만난 이후로 더 이상 하나님, 부처님 누구도 찾지 않아요. 저에겐 어머님이 주시는 단단함과 여유로움, 아버님이 주시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삶을 살게 해요.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존경합니다. 마음 다해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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