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7-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엄마, 내일은 쉬는 날이야.
원래는 한 달에 한 번 쉬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쉬기로 했어.
내일은 이불 빨래하고 비가 안 오면 할 일이 많아.
남들은 여행 간다하면 좋다는데 나는 시장에서 단체 여행 간다고 하면 잠을 못자.
멀미약 준비해 놓고 기미테 붙이고 난리도 아니야.
차에서라도 좀 자면 좋을 텐데, 도통 잠이 와야 말이지.
나는 돈만 벌어야 하는 운명인가 봐.
예전에는 무서워서 병원에 안 갔는데 큰 병 않고 나니 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에 가게 되네.
내가 경제력이라도 있어야 자식들한테 짐 안 될 것 같아 열심히 살았어.
그런데 엄마,
이제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보려고 해.
내 꿈은 조용한 산 속에 살면서 몸도 쉬고 마음도 쉬는 거야.
김 서방은 싫다네. 무섭다고.
그리고 내가 여기저기 아프니까 병원 근처에서 살아야 한다네.
엄마,
칠십이 넘으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궁금해.
나이 상관없이 지금처럼 열심히 사는 거?
몸이 안 따라줘서 열심히 살 수 없으면 어떡해?
자식들 잘 되게 기도하는 삶도 나쁘지 않을 텐데, 기도도 정신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고.
금방 칠십이 될 텐데 생각이 많아져.
여행 전날, 멀미약 준비해 놓고 잠도 못 자는 나는 칠십 인생을 문득문득 떠올리는 나는 걱정을 타고 났나 봐.
엄마 생각은 어떤지, 지금 가르쳐 주면 안 될까?
#7-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어머님, 잘 쉬셨어요?”
“아이고, 세연아. 내가 못 살겠다. 하하하. 오늘 쉬는 날인줄 모르고 가게 갔다 왔당께.”
수 십 년 동안 쉬는 날 없이 일하시다 불과 몇 년 전부터 한 달에 하루 쉬시고, 올해 여름 들어 이제야 한 달에 두 번 쉬기로 하시고는 그마저도 익숙하지 않아 출근했다 돌아오셨다며 허탈한 웃음 짓는 어머님.
‘우리 어머님에게 쉬는 날이 있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가게 쉬는 날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시니까요. 결국, 온전한 쉼은 없는 거네요.
11년 전, 어머님을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님은 척척박사 장군님 같아 보였어요.
온 종일 가게에서 손님들이 찾는 물건을 척척 찾아 내어주시고, 질문에 거침없이 답을 해주시고, 해가 어스름해지면 집에 오셔서 김치 겉절이, 홍어무침, 양념게장을 뚝딱뚝딱해서 큰 반찬통에 꾹꾹 눌러 가득 채워서 주셨지요.
저는 어머님께서 눈 깜짝하는 시간에 해내셔서 저도 나이 들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고 보니 그건 어머님께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게일, 집안일을 잘해서 한 것이 아니라, 어머님 힘을 짜내어 한 번 더 움직이셔서 자식들 편하라고 그렇게 해주시는 거였어요.
어머님은 이제 쉬시면서 효도 받고 누리셔도 되는데, 산속으로 가고 싶다고 하시니,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자식들이 눈에 보이면 편히 쉬실 수 없는 어머님 성격을 아시니, 그런 마음이 드는 거겠지요?
어머님, 이제 마흔 살 된 막내며느리인 제가 감히 어머님 일흔의 삶을 추천해드리자면, 매일 하루에 하나씩 안 드셔본 음식 드셔 보시고, 안 가보신 곳 가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어머님께서 멀미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는 곳, 같이 고민해볼게요.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저도 명심할게요.
어머님을 생각하며 어머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축복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사진:픽사베이]